(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최근 몇 년 간 북한 석탄 수입을 중단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외면해온 중국이 지난 11일 갑자기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압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면서 불만을 터뜨려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대북제재에 나서라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줬으니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설 차례라는 뜻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22일 풀이했다.
중국의 이번 도전은 미국과 북한이 다음 달 초 뉴욕에서 북한 정부 당국자들과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1.5트랙'(반민반관)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대표단에 비자를 발급해 준다면 미국의 새 행정부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라도 최소한 북한의 입장을 경청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번 북미 대화를 주선한 도널드 자고리아 미국 외교정책위원회(NCAFP) 부회장은 "2003년부터 북한과의 대화를 주선해왔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공식 협상에서는 불가능한 솔직한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 야욕을 꺾지 않는다면 미국 땅에서 비공식 대화도 거부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번 1.5트랙 뉴욕 북미 대화가 성사된다면 5년여 만에 처음 열리는 것이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2일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시험 발사하고 다음날인 13일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 사건이 일어난 것이 걸림돌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 군사분계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서 미국의 항공모함과 최첨단 스텔스기, 핵잠수함 등을 동원한 대규모 한미 연례 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된다는 점도 북미 대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중 관계가 악화한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충돌이나 핵전쟁 위험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가 미국과 북한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북한을 다뤄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에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것도 북미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북미대화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인 장롄구이(張璉괴<玉+鬼>)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공식대화든 비공식대화든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북한의 핵 능력 약화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북한은 비핵화를 의제로 한다면 어떤 대화나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50차례 이상 밝혀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이런 입장을 철회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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