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갤러리서 재미화가 이상남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 들어서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이미지가 눈에 띈다. 선과 원이 포개지거나 교차하면서 생겨난 형상들이 바탕을 채웠다. 색도 알록달록하다는 표현을 넘어선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작업해 출력한 듯한 이 매끈한 이미지가 재미화가 이상남(64)이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걸 알게 되면 당혹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현대 문명사회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이 제게는 정물화요, 풍경화입니다."
개인전 '네 번 접은 풍경' 개막을 앞두고 22일 PKM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자신 앞의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인공의 이미지에 착안해 자신만의 도상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이미지의 곱씹음'이라고 표현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공예적인 도상만 500여 개다. '네 번 접은 풍경'으로 붙여진 이번 전시의 모든 작품은 기본적으로 이 도상들을 중첩하거나 반복해 만들었다. 평면의 그림에서는 율동감과 리듬감이 느껴진다.
작가는 그 이유에 대해 "(도상들이) 서로 묶였다가 풀어지기도 하고, 건드렸다가 헤어지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화려한 도상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작가는 "정해진 해석이나 의미는 없다"면서 "제 (복잡한) 그림을 보면서 눈앞이 하얗게 느껴질 수도, 반대로 여백을 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2012년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에서의 마지막 국내 개인전 이후 작업한 최근작들과 1980~1990년대 작품들로 구성됐다.
신진 작가로 주목받던 중 1981년 미국 뉴욕으로 떠난 작가의 초기작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작가는 당시를 "3년마다 유행이 바뀌는 뉴욕에서 무엇이든 돼야 한다,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저 자신을 극한 상황까지 밀어붙였던"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신관에 배치된 초기작들은 수학자나 건축가의 작업 노트처럼 정밀하고 간결하다.
전시는 4월 4일까지. 문의는 ☎ 02-734-9467.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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