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의장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해" 난색…文·李 "직권상정 요청해야"
"국회의장에 시선 쏠리면 안돼" 부담도…일각선 '패스트트랙'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이 28일로 종료되는 특검의 수사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22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직권상정 방안과 관련, 정세균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의 반대 속에 "직권 상정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난색을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23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직권상정해 처리하는 것 말고는 수사기간을 연장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야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대선주자들이 직권상정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직권상정 요구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무작정 정 의장을 향해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일 수만은 없는 야당 지도부로서는 난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야권에서 최선책으로 꼽고 있는 것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당이 반대당론을 정한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이를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검법을 여야 합의 없이 재적의원 5분의 3의 합의로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는 신속대상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패스트트랙의 경우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채우지 않고서 처리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해석 차이로 분쟁이 생길 수 있어 대안으로 삼기는 불확실하다.
결국, 현재 야권이 생각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뿐인 셈이다.
그러나 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국회의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자칫하면 마치 특검 연장안을 국회의장이 가로막는 듯한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물밑에서는 직권상정 요구를 하지만, 공식요청 등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직권상정에 대한 언급보다는 황 권한대행에 대한 수용 촉구 목소리에 초점이 맞춰왔다.
이런 가운데 이날 문 전 대표가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면 국회에서 특검법안을 직권상정해서라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 시장도 "국회가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특검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시선은 직권상정 여부에 쏠리는 모양새다.
대선주자의 발언인 만큼 지지자들도 무겁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당 지도부로서는 직권상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히…"라고 답변,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직권상정을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 관계자는 "물론 황 권한대행의 연장안 수용이 최우선이고, 메시지도 거기에 집중할 것"이라며 "다만 지지자들의 직권상정 요구도 거세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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