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 코스피가 한 달간 조정을 마무리하고 2,100선에 안착했다.
별다른 조정 없이 3개월 가까이 올라 차익실현 욕구가 불거질 수 있는 시점이지만, 가격 조정이 아니라 기간 조정만 거쳤다.
이는 탄탄한 기업 이익 증가세 덕분이다.
국내 증시 기업 이익 추정치는 연초보다 8.6% 상향 조정돼 증가세가 여타 국가를 크게 앞질렀다. 브라질을 제외하면 신흥국, 선진국을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유, 화학, 건설 등 경기 민감 업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은행, 증권, 유통 등 전 업종에 걸쳐 기업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절감하거나, 오랜만에 제품 가격을 올려 이익률이 개선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게다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이 2,000선으로 지수 자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시장 타이밍 전략 유용성도 점차 약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수가 단기에 10% 가까이 오르다 보니 피로가 누적된 상태이고 그리스 부채 협상, 프랑스 대선,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 등 큰 이벤트를 앞둬 다음 달에는 관망세가 예상된다.
편안하게 주가 상승세를 누리기에는 불편한 요소들도 늘어났다.
변동성 지수(VIX, VKOSPI)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물가 압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달러 강세 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만간 미국은 국경 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경 조정세는 수출에는 세제 혜택을 주고 수입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형태의 세제 개편안이다. 최근 우리나라 합성고무 업체에 반덤핑 상계관세가 부과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국경세가 실제로 시행되면 미국 내에 공장이 없는 한국의 수출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월 발표 예정인 환율보고서 역시 관찰이 필요하다.
전반적인 경기가 회복세이고,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한국 기업들의 기초여건이 탄탄해져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여러 불확실성으로 올해 시장의 주도권은 보호무역주의와 달러 강세 압력에서 벗어나고, 확실한 재료와 모멘텀을 보유한 옐로칩, 중소형주들이 가져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년에는 이런 주식들이 경기 회복세와 할인율 상승에 취약하다, 비싸다는 이유로 몰매를 맞았지만, 가격이 하락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돼 금리 인상 이슈에서 벗어났다. 충분한 가격 조정을 거친 내수주, 수주 모멘텀을 보유한 중소형 부품, 소재, 장비주가 1차 타깃이 될 것이다.
(작성자: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sypark@truefriend.com)
※ 이 글은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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