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희 거제상의회장 "수주, 점차 회복될 것…정부의 적기대책 시행 절실"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빛까지는 안 보여도 멀리서 날이 밝아오는 느낌은 듭니다."
경남 거제상공회의소 원경희 회장은 25일 "국내·외 조선산업 여건을 고려할 때 올 하반기부터는 조선 수주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거제 양대 조선소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협력사들은 물론 시민들도 1년 정도 잘 견디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1975년 해운회사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며 거제 경제 발전을 이끈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조선업을 둘러싼 어려움과 중장기 전망 등 자신의 견해를 소상히 밝혔다.
원 회장은 올해 조선 수주 전망에 대해 "아직 빛이 보인다고 할 순 없지만 희미한 새벽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며 "하반기부터 수주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근거들을 댔다.
그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선박 벙커C유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고, 선박 평형수 사용처리시설 의무 설치도 시행된다"며 구형 선박의 대체수요 급증을 기대했다.
컨테이너 선박회사 인수·합병에 따른 컨테이너 발주량 증가와 가스전 시추 필요성 증대 등이 맞물려 선박 수주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지난 3년간 이렇다 할 선박 발주가 없었기에 이런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클락슨리포트 등 조선 전문분석기관의 전망과는 별도로 현장에서 오랜 세월 축적한 경험과 국제 조선 시황을 근거로 조선 경기가 올 하반기부터 느리지만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자신하는 듯했다.
조선업 위기 극복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을 우선 주문했다.
원 회장은 "조선 불황이 일단 바닥을 친 것 같다"면서 "조선 3사는 구조조정을 잘할 것으로 믿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박 수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너무 늦게 움직이는 것 같아 아쉽다. 정책은 적기 시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선업을 살릴 금융정책을 때맞춰 적절히 시행해야 하고 수주지원에도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선소들이 지난해 임직원 감축, 과잉설비 매각, 자산 매각 등에 나서 지금은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여서 다행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화제를 지역경제 침체로 돌리자 원 회장은 "거제시민들이 조선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참고 지내야 하며 모든 것을 줄여서 건전하게 살아나가야 한다"고 권했다.
필요하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1년 정도는 더 견뎌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 회장은 지역경제나 조선소에 힘을 보태주기 위한 방안으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1년 이상 더 연장해 줘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그래야 조선업이 되살아나는데 도움이 되고 조선소를 떠난 실직자들이 새 삶을 찾아 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거제 경제의 조선업 비중은 70%가 넘는다"면서 "지금이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42년째 거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원 회장은 "조선 경기의 사이클이 점차 더 촘촘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경험상으로는 과거에는 10년을 주기로 부침을 거듭했는데 요즘에는 주기가 많이 짧아졌다는 얘기다.
국내 조선소의 경우 "밀어내는 것(인도)과 들어오는 것(수주)이 원활하게 맞지 않아 지금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회장은 "조선업을 보면 올해가 바닥"이라고 거듭 평가하면서 "모두가 참고 견디면 터널을 곧 벗어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1975년 거성해운을 설립, 지금까지 이끌어오면서 지난 42년간 부도 한번 내지 않고 회사를 잘 이끌어 왔지만 지난해에는 많이 힘들었다고 실토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조선업 위기가 본격화할 때 거제에서 활동 중인 91개 시민사회단체가 조선업 살리기를 위해 결성한 '거제 조선업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 발 벗고 뛰고 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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