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오구라가 가져간 유물이 1천점?…실제론 훨씬 많아"

입력 2017-02-23 10:52  

"일제강점기 오구라가 가져간 유물이 1천점?…실제론 훨씬 많아"

정규홍씨 '우리 문화재 수난일지'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 있는 우리 문화재 중 1천여 점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96∼1964)가 한반도에서 수집한 '오구라 컬렉션'입니다. 그런데 오구라가 한국에서 가져간 문화재가 이게 전부라고 아는 사람이 많아요. 실제로는 몇 배를 일본으로 빼돌렸습니다."

문화유산 수난사 연구에 매달려온 정규홍(61)씨가 1866년 병인양요부터 1945년 해방까지 약 90년간 이 땅에서 벌어진 문화재 피해 역사를 소개한 책 '우리 문화재 수난일지'(전 10권)를 펴냈다.

집필을 위해 2년 전 중학교 교사직을 그만둔 정씨는 일제가 작성한 보고서와 신문기사, 잡지를 바탕으로 도굴, 도난, 반출, 파괴 사례를 일지 형태로 정리해 4천500쪽이 넘는 전집을 완성했다.


정씨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책을 쓰면서 특히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가져간 유물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아들이 1981년 도쿄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오구라 컬렉션 중에는 '금동관모' 등 8점이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한국에서 전기회사를 운영한 오구라는 1942년 일본 집에서 한국 문화재 360여 점을 지인에게 공개하면서 도록을 만들었는데, 이 도록에 나온 유물 가운데 상당수는 도쿄 국립박물관에 없는 상태다.

정씨는 "지금 도쿄 국립박물관에는 금관 1점, 동제 관 2점이 있지만, 1942년 도록에는 금관과 동제 관이 각각 3점씩 있다"며 "오구라가 훨씬 많은 문화재를 소장했지만, 후손들이 일부를 팔아버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책을 쓰면서 고(故) 박병선 박사가 1975년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발견했다고 알려진 '외규장각 의궤'의 소재를 일제가 1929년에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정씨는 "몇 년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조선총독부 박물관의 공문서를 공개하면서 많은 의문점이 풀렸다"며 "당시 신문기사에는 유물의 정확한 발견 시점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 박물관의 출장 보고서를 통해 그 날짜를 유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81년 교사 연수에서 한 강사로부터 일제가 석굴암의 중수 기록을 적은 현판을 화장실 벽판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문화재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정씨는 앞으로 해방 이후에 벌어진 문화재 수난사를 집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상당히 많은 문화재가 파괴됐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많습니다. 또 1950∼1970년대에는 골동품 상인들이 문화재를 밀수하기도 했고요. 현대 문화재 수난 사례를 최대한 추적해 볼 생각입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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