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홍씨 '우리 문화재 수난일지'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 있는 우리 문화재 중 1천여 점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96∼1964)가 한반도에서 수집한 '오구라 컬렉션'입니다. 그런데 오구라가 한국에서 가져간 문화재가 이게 전부라고 아는 사람이 많아요. 실제로는 몇 배를 일본으로 빼돌렸습니다."
문화유산 수난사 연구에 매달려온 정규홍(61)씨가 1866년 병인양요부터 1945년 해방까지 약 90년간 이 땅에서 벌어진 문화재 피해 역사를 소개한 책 '우리 문화재 수난일지'(전 10권)를 펴냈다.
집필을 위해 2년 전 중학교 교사직을 그만둔 정씨는 일제가 작성한 보고서와 신문기사, 잡지를 바탕으로 도굴, 도난, 반출, 파괴 사례를 일지 형태로 정리해 4천500쪽이 넘는 전집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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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책을 쓰면서 특히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가져간 유물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아들이 1981년 도쿄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오구라 컬렉션 중에는 '금동관모' 등 8점이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한국에서 전기회사를 운영한 오구라는 1942년 일본 집에서 한국 문화재 360여 점을 지인에게 공개하면서 도록을 만들었는데, 이 도록에 나온 유물 가운데 상당수는 도쿄 국립박물관에 없는 상태다.
정씨는 "지금 도쿄 국립박물관에는 금관 1점, 동제 관 2점이 있지만, 1942년 도록에는 금관과 동제 관이 각각 3점씩 있다"며 "오구라가 훨씬 많은 문화재를 소장했지만, 후손들이 일부를 팔아버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책을 쓰면서 고(故) 박병선 박사가 1975년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발견했다고 알려진 '외규장각 의궤'의 소재를 일제가 1929년에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정씨는 "몇 년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조선총독부 박물관의 공문서를 공개하면서 많은 의문점이 풀렸다"며 "당시 신문기사에는 유물의 정확한 발견 시점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 박물관의 출장 보고서를 통해 그 날짜를 유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81년 교사 연수에서 한 강사로부터 일제가 석굴암의 중수 기록을 적은 현판을 화장실 벽판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문화재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정씨는 앞으로 해방 이후에 벌어진 문화재 수난사를 집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상당히 많은 문화재가 파괴됐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많습니다. 또 1950∼1970년대에는 골동품 상인들이 문화재를 밀수하기도 했고요. 현대 문화재 수난 사례를 최대한 추적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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