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에서 하라" 교육부 권고에도 대학들 요지부동
"만취해 체벌까지…비뚤어진 OT문화 바로 잡아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폭설로 체육관 지붕이 붕괴하면서 대학 오리엔테이션(OT)에 참석했던 신입생 10명이 숨진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가 터진 지 3년째이다.
이 참사를 계기로 대학 OT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매뉴얼이 마련됐다. 대학 측이 OT를 직접 주관해야 하고 교직원을 동행시켜야 하며 음주·폭행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안전사고 예방 매뉴얼까지 마련됐지만 대학 신입생 OT 관련 사건·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
단체로 장거리를 이동하다 발생하는 교통사고, OT 비용 횡령, 성추행·폭행, 만취 사고 등이 반복되면서 "대학 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탈 많은 OT를 아예 없애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마우나리조트 참사 후 OT를 대학 기숙사나 강당 등 교내에서 하자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많은 대학이 여전히 외부 행사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22일 충북 단양군 적성면 중앙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가 5m 언덕 아래로 추락하면서 운전기사 1명이 숨지고 금오공대 대학생 44명이 다치는 사고가 터졌다. 이들은 경북 구미에서 45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OT 장소인 강원 원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작년 2월에도 OT에 참가한 수도권의 한 대학 신입생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경기 의정부에서 신호대기 중인 버스를 들이받아 7명이 다친 일도 있었다.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 성추행, 폭행 등은 OT 때마다 터져 나오는 단골 메뉴이다.
지난 22일 강원 고성의 한 콘도에서는 OT에 참가한 수도권 모 대학 신입생이 만취 상태에서 손가락 3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날 새벽 술을 마신 뒤 만취 생태로 엘리베이터 기계실에 올라갔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건국대는 작년 2월 "학교 외부에서 하는 신입생 OT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대학 밖에서 치러진 OT 때 상급생들이 성추행 소지가 큰 게임을 신입생들에게 강요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고민 끝에 내놓은 방침이다.
교내에서 OT를 치르면 건전해질 것으로 대학 측은 판단했던 것인데, 올해는 OT 준비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OT 기획 회의 후 마련된 술자리에서 대학 2학년생이 동급생을 성추행했다는 글이 사회관계망(SNS)에 뜨자 대학 측은 OT 일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금품 횡령 등 학생들이 저질렀다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터지기도 한다.
작년 2월 용인대 모 단과대 학생회장은 OT 준비 과정에서 물품 대금을 부풀려 결제한 뒤 차명계좌로 차액을 돌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고 대가를 치러야 했다.
OT를 전후해 폭행이나 군기 잡기 등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라 터지지만 교육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학생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대학 측에 OT를 교내에서 하도록 권고하지만, 총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가 교외에서 대규모로 치르기를 고집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본부 주관으로 교내에서 OT를 하라고 권고하지만 학생회가 외부 OT를 하겠다고 나서면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OT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이 끊이지 않자 누리꾼들은 OT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대학생들이 OT를 핑계로 리조트를 빌려 밤새 술 마신다. 불미스러운 일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며 "OT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성추행, 체벌, 군기 잡기, 리베이트 챙기기 등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OT는 쓸모없다"며 "이참에 OT 문화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k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