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매스스타트 최강 김보름, 왜 3위로 처졌나

입력 2017-02-23 18:00  

[아시안게임] 매스스타트 최강 김보름, 왜 3위로 처졌나

일본의 협공과 작전에 홀로 싸운 김보름

한국 대표팀은 각자 플레이…평창올림픽 숙제 남아




(오비히로<일본 홋카이도현> =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똘똘 뭉친 일본과 각자 플레이를 한 한국의 명암이 엇갈렸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강원도청)은 23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동메달에 만족했다.

이날 김보름, 박도영(동두천시청), 박지우(의정부여고)는 일본 대표팀이 미리 준비한 작전과 협공에 말렸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준비한 작전은 '독주와 견제'였다.

경기 초반 사토 아야노와 다카기 미호가 속력을 높여 2위 그룹과 거리를 벌린 뒤 남은 한 선수인 다카기 나나가 2위 그룹에 있는 우승 후보 김보름을 견제하는 작전이었다.

일본 선수들은 작전대로 경기 초반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 작전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앞으로 치고 나가 독주 그룹을 따라잡아야 했지만, 나서는 이가 없었다.

앞으로 나서게 되면 홀로 맞바람을 맞아 체력이 쉽게 고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자 플레이'를 한 한국 선수들은 그 누구도 희생을 감수하지 않았고 이런 경기 흐름은 경기 내내 지속됐다.

김보름은 경기 중반 선두그룹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홀로 속력을 높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2위 그룹에 남은 다카기 나나가 김보름 앞을 가로막으며 전담 마크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김보름은 다카기 나나와 몸싸움에서 체력을 모두 소진했고, 1위 그룹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여자대표팀의 플레이는 남자대표팀의 대처와 큰 차이를 보였다.

남자대표팀은 일본 선수들이 독주 작전을 펼치자 이진영(강원도청)과 김민석(평촌고)이 속력을 내 따라잡았다.

두 선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그 결과, 에이스 이승훈(대한항공)은 뒤에서 체력을 비축하다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힘을 내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훈은 "후배들의 희생정신으로 4관왕에 올랐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여자대표팀의 플레이에 관해 "작전에서 진 것 같다"라며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쳤다면 김보름이 우승할 확률이 높았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이 일본의 작전을 알고도 당한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대처 작전'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은 김보름의 기량이 나머지 선수들보다 월등히 좋아 작전을 펼칠 만한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

김보름 역시 "작전을 펼쳤어도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팀 분위기다. 남자대표팀은 희생과 배려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여자대표팀은 그런 점에서 부족하다.

남자대표팀은 이승훈이 후배들을 위해 오른쪽 정강이 부상을 안고도 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했다.

그리고 후배들은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을 위해 희생했다.

한 빙상 관계자는 "남자대표팀은 이승훈을 중심으로 팀워크가 단단한 반면, 여자대표팀은 그렇지 않다"라며 "코치진도 여자 선수들에게 양보와 희생을 주문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창올림픽까지 여자대표팀의 팀 내 분위기가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팀 추월이나 매스스타트 등 단체전 성격을 가진 종목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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