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잘못 짚었다…시간 없어 돈 못 쓰는 줄 아느냐"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23일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해 이날은 일찍 퇴근한다는 내용의 소비 촉진안을 내놓은 데 대해 직장인들은 한마디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상사 눈치 보기와 야근을 당연시하는 우리나라 기업 문화가 이 정도 정부 정책으로 과연 바뀌겠느냐는 지적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37·여)씨는 "밤에도 상사로부터 카톡과 전화가 계속 오는데 퇴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조기퇴근은 바라지도 않으니 퇴근 후 연락이나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차장 이모(38)씨는 "각 기업의 사정과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구시대적인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직장인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매일 30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하게 하자는 정부 안이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 매주 하루를 '가정의 날'로 지정하는 등 조기퇴근 문화 정착을 시도하고 있지만,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공염불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차 휴가와 육아휴직 등 법으로 보장된 권리도 안지켜지는 게 우리 직장의 현실인데 조기퇴근 정책이 실현되겠느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또 소비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이 장기 근무가 아니라 일을 많이 하는데도 점점 얇아져 가는 지갑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정부 발표를 다룬 인터넷 기사에는 "쓸 돈이 없는데, 일찍 퇴근하면 뭐하냐", "시간이 없어서 돈을 못 쓰는 줄 아느냐" 등의 날카로운 댓글들이 쏟아졌다.
퇴근 문화가 국내 기업보다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진 외국계 기업 직원들도 정부 발표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미국 대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는 이모(38)씨는 "일률적으로 퇴근 시간을 정할 것이 아니라 각자 맡은 업무를 책임지고 자율적으로 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며 "외국계 기업에서도 전통적인 한국인 상사를 만나면 칼퇴근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제조 대기업에 다니는 유모(37)씨는 "그렇게만 된다면 환영인데, 이상과 현실에 늘 괴리감이 있다"면서 "그래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야기했으니 기업들이 하는 모양새라도 내고 어느 정도는 지켜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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