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100선 고수하자 사자로 급선회
"추세변화로 보긴 성급…더 지켜봐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물량 폭탄을 쏟아내며 코스피의 박스권 탈출을 막아온 투신권이 23일 모처럼 매수우위로 전환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신권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91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전환은 지난 7일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연초 이후 전날까지 투신권이 유가증권시장에서 팔아치운 물량은 1조4천827억원에 달한다.
투신권은 같은 기간 2조1천44억원어치를 사들인 외국인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서자 단기고점이라고 판단한 펀드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에 나서면서 투신권(자산운용사)의 주식 매도 행진이 이어졌다.
올해 들어 투신권이 주식을 사들인 날은 4거래일뿐이며 그 규모도 전날을 제외하면 710억원에 그쳤다.
시장에선 코스피가 지난 21일 이후 2,100선에서 추가 상승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를 멈추고 추가 투자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맴돈 '박스피'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투신권이 외국인과 함께 주요 매수 주체로 부상해 증시 상승을 견인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심리적 저항선이던 2,100선을 넘어서자 펀드 투자자들도 위험 선호 쪽으로 돌아선 것 같다"며 "주가 상승 추세를 점치는 펀드 투자자들이 속속 투자 재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다만, 펀드 자금은 통상 후행적이어서 어느 정도 지수가 오른 다음에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며 "당분간 투자자들이 현금을 채워가는 과정을 거친 이후에나 시장에 자금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전날 투신권의 매수 전환을 추세적인 변화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날 시장이 별로 움직이지 않았고 변동성도 낮았다"며 "추세 변화를 확인하려면 매매동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도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강도가 이전보다 약해진 분위기이지만, 환매 행진은 더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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