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새로운 양상·헤밍웨이의 말·온 뷰티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 2006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박형권(56)의 네 번째 시집.
부산에서 태어나 가덕도에서 자란 시인은 어류의 생태와 인간의 살림살이를 나란히 놓으며 바다에서 생명의 근원을 찾는다. 좆노래미·풀무대가리·꺽두구·꼬랑치·몰고씨이 같은 가덕도만의 언어가 읽는 맛을 살린다.
"겨울 망씨이는 먹어도 여름 망씨이는 먹지 않는다/ 가덕도 새바지 누룽영의 돌박굼턱에 앉아서/ 아무 철이고 잡자고 하면야/ 지게를 받쳐두고 한 식경이면 한 바지게는 넘쳐나게 잡는다/ (…)/ 큰어머니가 썰어놓은 겨울 망씨이는 들쑥날쑥 톰방툼벙/ 마음 가는대로 담아놓은 겨울바다는 달았다" ('누룽영 망씨이' 부분)
모악. 148쪽. 8천원.
▲ 파도의 새로운 양상 =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김미령(42)이 12년 만에 낸 첫 시집.
시인은 삶을 추상적으로 그리기보다 일상을 비트는 방식으로 부조리와 위선·우스꽝스러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시선에는 냉소와 자학이 가득하고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시들이 씁쓸한 웃음 다음의 반성을 촉구한다.
"무엇부터 시도해야 하나/ 서로 엉겨 붙기 시작한 흉물스러움을 인내하며 손바닥 위에서 우리는 다정할 수 있을까/ 영감이 달콤해지려고 할 때/ 서로의 질감을 우리의 대화로부터 분리해 낼 수 있을까// 대책 없는 조화로부터/ 어리석은/ 미뢰로부터// (…)// 힌트는 생크림 속에 점점 묻히고 있다" ('친밀감' 부분)
민음사. 176쪽. 9천원.
▲ 헤밍웨이의 말 =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1954년부터 1958년까지 한 4차례 언론 인터뷰를 정리한 책.
헤밍웨이는 종군기자 경력과 미사여구 없는 명확한 단문, 네 차례 결혼 등 사생활 덕분에 마초의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쿠바에 은둔하던 말년의 헤밍웨이는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말하며 황혼기의 원숙함을 보여준다. 1958년 4월, 그는 '스타 위클리' 기자에게 자신이 많이 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난 조용히 있는 법을,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도록 내버려두는 법을 배웠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죠… 거짓말하는 게 아니다 싶으면. 그러고는 확실히 알려고 말을 좀 하고요. 이야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잘 아는 주제라면 왜 이야기를 합니까? 모르는 주제라면 왜 바보짓을 합니까?"
마음산책. 권진아 옮김. 156쪽. 1만3천500원.
▲ 온 뷰티 1·2 = 2000년 '하얀 이빨'로 영국 문단에 깜짝 데뷔한 작가 제이디 스미스(42)가 2005년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
진보적 성향의 백인 대학교수 하워드 벨시와 '흑인 보수주의자'인 그의 동료 교수 몬터규 킵스. 이념·정치적으로 정반대에 서 있는 두 사람과 부인·자녀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오늘날 미국사회를 풍자한다.
민음사. 정회성 옮김. 각권 556∼608쪽. 각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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