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이탈리아에서 양심적 낙태 거부 의사의 해고 방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로마의 종합병원 산 카밀로가 최근 2명의 낙태 전문 산부인과 의사를 선발하면서 양심에 거리낀다는 이유로 낙태 시술을 거부할 경우 해고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하자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가톨릭 주교들의 모임인 이탈리아주교회의(CEI)는 "양심적 낙태 거부는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고 주장하며 이 병원의 계획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헌법재판소의 체사레 미라벨리 명예 소장 역시 현지 언론에 산 카밀로 병원의 방침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부 장관도 "양심적 거부는 이탈리아에서 존중되고 있는 권리"라며 이 병원의 계획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는 법적으로는 낙태 허용국이지만 상당수의 의사들이 종교적 이유 등으로 낙태 시술을 거부해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이 실제 시술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로운 낙태시술을 지지하는 이탈리아 산부인과의사연합(LAIGA)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1978년 제정된 법에 따라 임신 90일 이내의 낙태가 합법이지만 이탈리아 의사의 평균 70%는 종교적인 이유로 낙태 시술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발이 잇따르자 니콜라 진가레티 라치오 주지사는 "산 카밀로 병원의 계획은 이탈리아의 낙태 관련 법이 지켜지고 있음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이번 논란은 산 카밀로 병원에 국한된 것으로 이탈리아에서 양심적 낙태 거부는 100% 보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바나 아가토네 LAIGA 대표는 "법에 따라 낙태 시술이 이탈리아 모든 병원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번과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든 병원에서 낙태 시술이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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