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바이루 중도 연대로 정국 또 요동…대선 레이스 '예측불가'
지지율 하락 좌파 연대 모색…'가족스캔들' 피용 재기 여부도 주목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계의 중도파 거물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는 대신 '신예' 마크롱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면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 정국이 또 한 번 출렁이고 있다.
차기 대통령 '부동의 1순위'로 꼽히던 프랑수아 피용의 횡령 스캔들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려온 마크롱이 이번 연대를 계기로 잇단 설화에 따른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고립주의와 극우 바람의 분수령이 될 이번 프랑스 대선은 이변이 속출하면서 역대 프랑스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다이내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크롱의 新중도연대…지지율 하락조짐 반등시킬지 주목
중도우파계열의 민주운동당(Modem)의 프랑수아 바이루 대표는 지난 22일 저녁(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프랑스의 실패를 막겠다"며 대선 후보 사퇴를 밝히고, 마크롱에게 연대를 제안했다.
마크롱은 이에 즉각 화답, "개혁과 통합을 이루겠다는 우리의 약속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바이루의 제안을 수용했다. 바이루와 마크롱은 곧바로 23일 저녁(현지시간) 회동해 구체적인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루는 대선에 모두 세 차례 출마한 중도파의 거물로, 2007년 대선에선 1차 투표 18%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바이루 지지자들이 마크롱으로 이동할 경우 대선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만큼 큰 변수로 평가된다.
마크롱이 현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만 해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극히 이례적으로 재선 포기를 선언하고, 제1야당 공화당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알랭 쥐페라는 거물을 누르고 후보로 선출되면서 이변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좌우 넘어서겠다는 마크롱, 이념차 뚜렷한 佛 유권자 최종선택받을까
특히 마크롱은 제1야당인 중도우파 공화당의 피용 후보가 가족을 보좌관으로 허위고용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자 가장 큰 수혜를 입으며 지지율이 급등했다.
이후 그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유럽의 극우 바람을 막아낼 '구세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최근에는 좌도 우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에 알맹이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데 이어 설화까지 연달아 겪으며 최근엔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분위기였다.
자신의 전문분야인 경제를 넘어선 이슈들에서 구체적 입장을 밝혔다가 스텝이 꼬여버린 것이다. 마크롱은 최근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통치를 '반인도적 범죄'라고 했다가 우파진영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동성결혼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가 좌파의 집중 타깃이 된 바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이 사회정책과 경제정책 등 굵직한 이슈들에서 여전히 좌우로 양분돼 있으므로 그동안 마크롱의 장점으로 평가됐던 다양성과 폭넓은 스펙트럼이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공약이 하나씩 나올수록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마크롱은 좌우로 구분된 정치지형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민자 문제나 경제정책 등 특정 이슈를 지목해 입장을 물어보면 프랑스 유권자들의 반응은 확연히 갈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뤽 루방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마크롱이 좌도 우도 아닌 논리에 갇혀 있다"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이 그동안 모호한 입장을 취해온 것도 특정 이슈에서 조금만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 지지자들이 원래 자신이 지지하던 정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좌파연대' 가능성은 또다른 변수…피용, 스캔들 딛고 재기 가능성 상존
마크롱과 바이루의 중도파 연대, 마크롱이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온 공약을 발표한 뒤의 표심 변화 외에 대선판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들은 여럿 있다.
먼저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당 후보 브누아 아몽과 강경좌파 장뤼크 멜량숑의 연대 가능성이다. 아몽 쪽으로의 '좌파연대'가 성립하면 대선판에 또 다른 매머드급 폭풍이 몰아칠 개연성이 크다.
아몽은 현 정부의 낮은 인기로 집권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는 있지만,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데다 어느 정도 고정 지지층을 가진 멜랑숑의 표를 흡수한다고 가정할 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또 하나의 다른 변수는 스캔들 직전까지 누구나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의 재기 가능성이다.
피용은 세비횡령 스캔들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고전하다가 최근에는 오히려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21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엘라베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마크롱을 누르고 극우정당 후보인 마린 르펜에 이어 1차 투표 지지도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피용과 그의 아내, 두 자녀를 상대로 횡령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비록 계속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대선 때까지 스캔들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질 경우 우파의 위기의식이 발동해 표가 더 결집할 수 있다.
또한, 공화당 경선에서 피용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준 알랭 쥐페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피용 지지에 나설 경우 흩어졌던 우파진영의 표가 모일 가능성도 상존한다.
프랑스 대선 1차투표는 오는 4월 23일 실시된다.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을 시 1·2위 득표자만으로 결선 투표를 5월 7일 다시 진행해 차기 대통령을 확정한다.
1차 투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전선의 르펜이 항상 1위를 하고 있지만 과반에 근접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따라서 2차 결선투표에 마크롱과 피용, 아몽 중 누가 진출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전통적으로 극우 견제심리가 강한 프랑스 유권자의 특성상 세 후보중 누가 결선에 진출하더라도 르펜에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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