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익명의 기부천사'…풀빵 장사로 모은 돈 3년째 기부

입력 2017-02-24 09:19  

원주 '익명의 기부천사'…풀빵 장사로 모은 돈 3년째 기부

종이상자에 꼬깃꼬깃해진 지폐, 편지와 함께 원주소방서에 전달

(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감사함니다. 이 나라를 지키는 당신들을 기역함니다. 불이나면 우리는 비상구를 찾아서 나가고자 당신들은 비상구를 찾아 생명을 걸고 들어갑니다. 미안하고 감사함니다.'




지난 21일 오후 7시께 원주소방서 입구에서 종이상자 하나가 발견됐다.

상자 겉면에는 '대원님 항상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항상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해줘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소방관님들 대한민국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각기 다른 글씨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상자 위에는 따듯한 풀빵 한 봉지가 놓여 있었다.

원주소방서 직원들이 두 번, 세 번 붙여진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벗겨내자 그 안에는 꼬깃꼬깃한 1천원, 5천원, 1만원권 지폐와 동전이 수두룩했다.

한 푼 두 푼 정성스레 모은 듯한 돈은 총 343만710원. 이 익명의 기부자는 중년 여성으로 원주에서 풀빵 노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20만원, 2015년 259만원 등 풀빵 장사를 하며 모은 돈을 3년 연속 상자에 담아 풀빵과 함께 소방서에 전했다.

작은 상자 속 구김살이 잔뜩 생긴 지폐는 투박하지만, 소방대원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해 보였다.

지폐 위에는 A4 용지에 검은 매직으로 쓴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편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급하게 쓴 탓인지, 평평한 바닥에 두고 쓰지 못한 탓인지 글씨체는 흘림체로 쓰여 있었고 매직이 조금씩 번져 있었다.

새 종이로 바꿔 쓸 여유가 없던 탓인지 중간에 틀린 글자를 두 줄로 그어버리고 이어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감사함니다', '기역함니다' 등 맞춤법에 맞지 않는 삐뚤빼뚤한 글자도 눈에 띄었다.

원주소방서가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결과 이 여성은 상자가 발견되기 15분 전인 오후 6시 45분께 차량에 상자를 싣고 와 두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소방서 직원은 "예전에 상자를 두고 가는 걸 본 적이 있어 신원을 여쭤봤으나 주위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으신다고 답하셨다"며 "올해는 직원들 눈에 띄지 않으시려고 차를 타고 와 몰래 두고 가신듯하다"고 말했다.

원미숙 원주소방서장은 "소방관들 노고를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처럼 큰 도움을 받으니 너무나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모든 대원이 의기투합해 더욱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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