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상자에 꼬깃꼬깃해진 지폐, 편지와 함께 원주소방서에 전달
(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감사함니다. 이 나라를 지키는 당신들을 기역함니다. 불이나면 우리는 비상구를 찾아서 나가고자 당신들은 비상구를 찾아 생명을 걸고 들어갑니다. 미안하고 감사함니다.'
![](https://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7/02/24//PYH2017022407380006200_P2.jpg)
지난 21일 오후 7시께 원주소방서 입구에서 종이상자 하나가 발견됐다.
상자 겉면에는 '대원님 항상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항상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해줘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소방관님들 대한민국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각기 다른 글씨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7/02/24//PYH2017022407330006200_P2.jpg)
상자 위에는 따듯한 풀빵 한 봉지가 놓여 있었다.
원주소방서 직원들이 두 번, 세 번 붙여진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벗겨내자 그 안에는 꼬깃꼬깃한 1천원, 5천원, 1만원권 지폐와 동전이 수두룩했다.
한 푼 두 푼 정성스레 모은 듯한 돈은 총 343만710원. 이 익명의 기부자는 중년 여성으로 원주에서 풀빵 노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7/02/24//PYH2017022407400006200_P2.jpg)
지난해 420만원, 2015년 259만원 등 풀빵 장사를 하며 모은 돈을 3년 연속 상자에 담아 풀빵과 함께 소방서에 전했다.
작은 상자 속 구김살이 잔뜩 생긴 지폐는 투박하지만, 소방대원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해 보였다.
지폐 위에는 A4 용지에 검은 매직으로 쓴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편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급하게 쓴 탓인지, 평평한 바닥에 두고 쓰지 못한 탓인지 글씨체는 흘림체로 쓰여 있었고 매직이 조금씩 번져 있었다.
새 종이로 바꿔 쓸 여유가 없던 탓인지 중간에 틀린 글자를 두 줄로 그어버리고 이어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감사함니다', '기역함니다' 등 맞춤법에 맞지 않는 삐뚤빼뚤한 글자도 눈에 띄었다.
원주소방서가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결과 이 여성은 상자가 발견되기 15분 전인 오후 6시 45분께 차량에 상자를 싣고 와 두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7/02/24//PYH2017022407390006200_P2.jpg)
원주소방서 직원은 "예전에 상자를 두고 가는 걸 본 적이 있어 신원을 여쭤봤으나 주위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으신다고 답하셨다"며 "올해는 직원들 눈에 띄지 않으시려고 차를 타고 와 몰래 두고 가신듯하다"고 말했다.
원미숙 원주소방서장은 "소방관들 노고를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처럼 큰 도움을 받으니 너무나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모든 대원이 의기투합해 더욱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