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 행태 이어갈 듯" vs "일회성 불만 표출", 전망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북한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중국을 "줏대 없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 중단 결정으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 우방국인 중국마저 배척하고 나선 북한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도발적 행태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과 당분간 국제정세를 지켜보면 관망할 것이라는 쪽으로 전문가들 사이에 관측이 엇갈린다.
'정필'이라는 이름의 인물이 지난 2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기고한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라는 제목의 글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
기고문은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주대(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도 마치도 저들의 너절한 처사가 우리의 인민생활에 영향을 주려는 것은 아니며 핵계획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라며 주장했다.
중국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대국'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자신들과 '혈맹'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라는 표현뿐 아니라 '친선적인 이웃이라고 하는 주변나라', '덩지(덩치) 큰 이웃' 같은 단어들을 통해서도 기고문이 비난하는 대상이 중국임을 알 수 있다.
북한 관영 매체에 이례적으로 중국을 비판하는 글이 실린 것은 중국 당국이 최근 올해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고문의 '법률적 근거도 없는 유엔 제재결의를 구실로 인민생활향상과 관련되는 대외무역도 완전히 막아치우는 비인도주의적인 조치들도 서슴없이 취하고 있다"는 문장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4일 "(중앙통신의 기고문은) 중국의 석탄 수입 금지 등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이라며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암살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도 들어있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에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깎아내리는 글이 실린 것에 빈정이 상한 북한이 중국의 석탄 수입 중단 조처까지 나오자 불만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기고문은 구체적인 중국 매체명은 언급하지 않은 채 "주변 나라에서는 초기 단계에 불과한 핵기술이요, 조선은 제일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요 뭐요 하면서 우리의 이번 발사의 의의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석탄의 대중 수출길이 막히면서 북한의 외화벌이는 연간 10억 달러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북한의 이러한 불만이 한층 도발적인 행태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회성'에 그칠 것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망이 엇갈린다.
장용석 연구원은 "북한이 반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서 우려된다"며 "이런 게 내달 초 한미군사훈련과 맞물려 북한의 도발적 행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북·중관계 전문가는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며 "북한이 중국을 추가로 자극하지 않고 올해 하반기까지 미국 등과 '탐색적 대화 국면'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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