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대학졸업 후 찾아온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법조인 꿈을 이룬 청년이 '헌법연구관보'에 임용됐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시각장애 3급의 김병욱(36)씨를 27일 자로 헌법연구관보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1988년 헌재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후 시각장애인이 연구관으로 채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연구관은 법원의 판사에 대응하는 직위로 헌법재판관 아래에서 사건 검토·분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연구관'보'는 3년 후 정식 연구관이 되며, 김씨는 법원 재판연구원 경력을 인정받아 이 기간을 1년으로 줄였다.
김씨는 200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시야가 점차 좁아지면서 장애가 생기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학업을 계속해 2015년 2월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올해 2월까지 서울고법 재판연구원으로 일했다.
김 연구관보는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이 되며 겪은 경험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에 관한 관심을 갖게 됐다"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와 다양한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영할 수 있는 헌법연구관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헌재는 김씨의 임명과 함께 청사 내에 점자블록과 벽면 손잡이 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화면 낭독·확대프로그램을 구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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