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정부 개편…선진국들도 제각각
美, 정부조직 안정에 중점…英, 새 내각 탄생때마다 조직개편
日, 수년 동안 여론 수렴·법 개정 과정 거쳐 단행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해외 선진국의 정부조직 개편 사례를 살펴보면,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7일 행정자치부와 한국행정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각자 정치제도 등 환경에 따라 확연히 다른 정부조직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조직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예로 들곤 하는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두 개의 연방 부처만 신설하는 데 그칠 정도로 조직이 안정돼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연방헌법은 행정부 조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의회의 권한으로 명시한다.
1984년 이전까지는 대통령의 정부조직 개편 권한이 인정됐지만 그 이후로는 의회가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했다.
여기에 대통령과 의회 사이에 강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정치구조 특성이 더해져, 미국은 최소한의 조직개편으로 정부를 안정시키면서 부처 내에서만 간헐적인 조정이 이뤄졌다.
지난 30여년 동안 1989년 보훈부 신설과 2002년 국토안보부 신설 등이 사실상 미국에서 이뤄진 연방부처 개편의 전부다.
미국 정부조직 개편의 장점은 정부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서비스 수요가 생길 때 하부조직 수준에서 소규모·점진적 개편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반대로 안정성과 연결돼 있는 '대부처주의'에 의해 거대 부서가 출현, 내부 갈등과 비효율이 생겨난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미국과 달리 영국은 수시로 정부조직을 뜯어고친다.
영국은 1980년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25개의 중앙부처가 신설됐고, 그 가운데 13개가 사라졌다. 2005∼2009년 4년간은 무려 90여 차례 중앙부처와 산하기관들이 개편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정부조직법처럼 명문화된 법 없이 정부조직 개편 권한이 총리에게 위임돼 있고, 각 부처 조직구조도 각료가 결정하는 정치·행정적 전통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선거에 의해 새로운 내각이 탄생할 때마다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빈번히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영국은 부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정해 대상 수요자를 명확히 하는 '전문부처주의' 성향을 보인다.
이는 행정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정부 기능이 세분화된 이면에는 서비스가 중복되고 부처 이기주의가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프랑스 역시 정부조직 개편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정부조직법 없이 총리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이뤄져 자주 변화가 생기는 편이다.
대통령 동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개각이 이뤄지는 구조라 영국보다 총리 권한은 제한적이다.
프랑스는 국내외 행정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자주, 신축적으로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진다.
하지만 부처 수준의 변화가 큰 것과 달리 청이나 국 단위의 하부조직은 새로운 부처로 이관되는 수준에서 안정성과 연속성을 지키는 특징을 지닌다.
하부조직까지 포괄하는 총체적인 개편으로 행정의 단절이 발생하곤 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일본의 경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실상 부나 성 차원의 조직개편이 전혀 없었다가, 2001년 대대적인 개편이 단행됐다.
이 개편으로 일본의 중앙행정기관은 1부 22성청에서 1부 12성청으로 급감했다. 총리 이외의 국무대신도 20명에서 14명으로 줄었다.
일본에서 이뤄진 조직개편은 장기간에 걸친 준비 과정을 특징으로 한다.
사회적인 논의와 여론 수렴에 1년 이상을 보냈고, 2년간의 법과 시행령 개정을 거쳐 단순히 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행정제도 전반을 개혁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부조직을 다듬고, 이에 따라 다른 장단점을 노출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정부조직 개편에도 '이상적인 답'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제도를 어떻게 이용하고, 국민이 이를 얼마나 잘 감시하느냐가 정부조직 개편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
sncwoo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