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캘리 "돌발상황 막기 위해 한 사람은 미국에 있자" 의기투합
비밀감옥 부활 저지·강경 이민추방정책 진화 등 "제동 장치 역할"
대외정책 영향력 막강, 군사적 선택 선호로 외교 뒷전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국가안보 분야에서 해병대 장성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 '삼인방'의 영향력과 비중이 빠르게 확대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AP통신은 매티스 국방장관,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던퍼드 합참의장 등 세 사람이 혼란을 빚는 백악관에서 "안정화 동맹"을 신속히 구축, 영향력을 키워나가면서 안보·외교 분야에 문외한인 트럼프 대통령의 가정교사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의 행보는 불법 이민자 적발과 추방이 나쁜 놈을 쫓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이라는 트럼프의 발언 뒤집기에서부터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도중 하차한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후임 인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포착된다. 특히 이들의 부상은 트럼프의 맏사위이자 실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등 대외정책 경험이 일천한 소수 측근 중심으로 국가안보 문제가 결정된다는 공화당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 등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한 삼인방 가운데 가장 앞장서 '진격중인 인물'은 매티스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해병대에 사병으로 자원입대한 후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을 거친 매티스는 테러범 불법 구금과 고문 등의 시비로 논란이 된 중앙정보국(CIA)의 '비밀감옥' 재개를 허용하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백지화해 NSC 참모진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매티스는 또 최근 이라크 방문에서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탈취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며, 이라크 재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이 이라크에 매장된 원유를 가져올 수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1970년 해병대에 사병으로 입대한 후 멕시코 등 중남미를 관할하는 남부사령부(SOUTHCOM) 사령관을 지낸 켈리도 트럼프 주위 강경파들을 견제하는 데 주력해왔다.
멕시코 출장 도중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이 "군사작전"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켈리는 "대규모 추방은 없을 것이며 군대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급 수습에 나섰다.
불법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에 실망감을 표시해온 매티스와 켈리는 관련 정책 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는데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빠르게 행동했다. 매티스가 미군을 도운 이라크인들에게는 미국 입국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요청하자 켈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들과 가까운 관계자에 따르면 취임 직후 두 사람은 백악관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행정명령들을 검토,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한 사람은 반드시 미국에 남아 있자며 해외 출장일정을 겹치지 않게 했다고 한다.
이들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지 않고 조용하게 입장을 피력해 트럼프 측근들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와 켈리가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인사들이라면 던퍼드 의장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다. 그러나 안보 분야 수장들을 군 장성 출신들로 충원해온 트럼프는 던퍼드를 "장군 중의 장군"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신임을 표시했다.
해병대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세 사람은 끈끈한 친분을 과시한다. 매티스와 켈리는 트럼프 진영에 국방장관 후보자로 서로 천거했으며, 던퍼드는 2010년 아프간에서 해병대 대위로 근무하던 켈리의 맏아들이 전사했을 때 켈리의 집을 방문해 위로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신미국안보센터의 로렌 슐먼 선임 연구관은 "위협 평가나 해외 분쟁 시 어떤 군사작전이 필요하고 어떻게 대외정책을 다루는지에 관한 한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 사람의 영향력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능가하는 데다 외교보다는 군사적인 선택에 방점을 찍을 확률이 크다면서 외교 활동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표시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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