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176명 치료…후원회 220명이 매년 2천만원대 모금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학대받은 아동을 무료로 치료하고 심리검사·치료까지 해주는 국내 하나뿐인 비영리민간단체가 있다.
경북 구미 순천향대학구미병원내 햇살아이지원센터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부모 등에게 학대받은 아동 176명(진료비 7천여만원)을 치료해왔다.
지난해에는 40명을 치료하거나 심리검사·치료를 했다. 166건에 이르는 의료비는 400만원, 158건 심리검사·치료비는 800만원이다.
지난해 다문화가정 7살 아이는 심리치료 중 숨소리가 거칠고 집중을 못 했다. 편도비대증을 앓은 것이다. 한국인 아빠와 캄보디아 엄마의 불화 때문에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센터 측은 이비인후과 수술을 해주고 아빠에게 구미시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알코올 치료를 받도록 하는 한편 엄마에게는 훈육방법과 양육 스트레스 해소교육을 했다.
또 같은 해 19세의 어린 부모 가정에서 태어난 후 제대로 된 보육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신생아에게 예방접종과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했다.
센터 실무책임자 변정숙씨는 "작년 치료한 40명 중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아동학대라고 공식 통보를 받은 것은 단 5건뿐이다"며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폭력은 물론 방임·정서학대도 모두 학대피해 아동으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햇살아이지원사업은 고아원에서 성장해 평생 미혼으로 살다가 2006년 위암으로 숨진 배용이(당시 66세)씨가 6천만원을 사회복지사업에 써달라고 순천향대학구미병원에 기증해 시작됐다.
뜻을 모든 병원 직원 150명으로 출발해 현재 후원회원은 220명(병원 직원 190명, 시민 30명)에 이른다. 순천향대학구미병원 측은 무상으로 병원 내 사무실을 센터에 제공했다.
이들은 매월 또는 매년 후원금을 내 연 2천만∼2천만원을 모아 피해아동 진료비로 사용해왔다.
배씨의 뜻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원금 6천만원을 사용하지 않았고, 현재 총 1억2천여만원의 기금 잔액을 유지한다고 한다.
한 후원 회원은 작년까지 3년째 매년 1천만원씩을 기부했다. 그는 "6천만원이 큰돈이 아닌데도 병원과 후원 회원이 배씨 뜻을 소중하게 여겨 후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센터 대표를 맡아온 이 교수는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아동 대부분은 학대를 받거나 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라며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아동은 변하지 않기에 부모 교육과 부모 심리치료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햇살아이지원센터는 신체·정서적 학대, 유기, 방임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12세 이하 어린이를 상대로 전문기관과 연계해 심리치료와 가족치료까지 지원하고 있다.
24일부터 신임 대표를 맡은 이 병원 김태우(신장내과) 교수는 "아동보호는 어른과 사회 몫이다. 교육·행정·사법기관과 함께 취약가정 및 위기가정 내 아동을 발굴해 행복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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