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마지막 수배자' 46년만에 졸업장…부인 묘역서 축하 인사

입력 2017-02-24 13:20  

'5·18 마지막 수배자' 46년만에 졸업장…부인 묘역서 축하 인사

고 윤한봉 부인, 전남대서 24일 명예졸업증서 대신 받아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남편이 대학 입학 46년 만에 받은 졸업장이에요. 5·18 망월동 묘역에 가서 꽃다발과 함께 건네며 축하해주려고요."




'5·18 마지막 수배자' 고(故) 윤한봉(1947∼ 2007년) 전 민족미래연구소장이 대학 입학 46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부인 신경희(56·여)씨는 24일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남편을 대신해 졸업장을 받은 뒤 말을 잇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명예졸업증서에 쓰인 '민주화운동에 헌신하여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 대학의 명예를 드높인 공로가 인정되므로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하고자 한다'는 문구가 고인의 사연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졸업장도 꽃다발도 있었지만 축하를 받아야 할 남편은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고인의 졸업을 축하하러 온 다른 가족과 (사)합수 윤한봉 기념사업회 관계자, 함께 옥살이한 동지 등 10여 명이 눈물을 훔치며 서로의 등을 토닥였다.

졸업식장 밖으로 나오자 학사모를 쓴 학생들이 활짝 웃으며 가족·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신씨도 일행들의 설득 끝에 고인의 명예졸업증서와 꽃다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동안 명예 졸업장 수여 제안을 고사해왔던 신씨는 올해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다시 이야기가 나오자 어려운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신씨는 "남편 생각이 많이 나서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 생전에 목축업에 종사하며 평화롭게 사는 게 꿈이었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전남대 축산학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많았다. 남편이 교수가 되길 바라셨던 돌아가신 시부모님도 이제라도 졸업장을 받은 소식을 아시면 기뻐하실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 일행은 윤 전 소장이 잠들어 있는 망월동 묘역에서 '진짜 졸업식'을 하기 위해 졸업증서와 꽃다발을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윤 전 소장은 지난 1971년, 농과대학 축산학과에 입학했다가 1974년 4월 유신반대 시위인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 제적됐다.

윤 전 소장은 1980년 5월 내란음모죄로 지명수배돼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했고 1993년 5·18 수배자 중 마지막으로 수배가 해제되면서 귀국했다.

이후 민족미래연구소장, 들불열사기념사업회이사장 등을 맡아 활동하다가 2007년 6월 27일 생을 마감했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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