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서후면 자품리→재품리로 바꿔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안동 서후면 한 마을이 주민 힘으로 100여년만에 일제 잔재로 남은 마을 이름을 바꾼 사연이 알려졌다.
220여명이 사는 안동시 서후면 자품리는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는 '재품리(才品里)'라고 했다고 한다.
정확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시대 후기 때 재주가 뛰어나 학림송(鶴林松)이라는 이 마을 사람이 16살 때 과거에 급제해 정6품 벼슬을 제수받았다고 전해진다.
당시 학림송 덕망과 인품이 이웃 마을까지 알려져 사람들은 그의 재주와 인품을 기려 마을 이름을 '재품'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은 재품리에서 인재가 많이 태어나면 식민 통치에 어려움을 생긴다며 발음이 비슷하지만 큰 의미는 없는 '자품리'로 마을 이름을 강제로 바꿨다.
해방 뒤에도 마을 이름을 '자품리'로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수년 전 사람들이 유래를 알고 마을 이름을 원상태로 되돌리려고 노력했다.
이때부터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현판에 원래 마을 명칭인 '재품'을 넣었다. 또 안동시의회에 마을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청원을 넣기도 했다.
시의회는 최근 열린 제186회 임시회에서 재품리 주민 의견을 반영해 '안동시 리·통·반 설치 조례안'을 개정했다.
주민 노력으로 일제가 강제로 바꿔 특별한 의미가 없던 '자품리'는 조례 개정안을 시행하는 다음 달부터 '재품리'로 100여년 전 이름을 되찾게 된다.
주민 최대섭(64)씨는 "일제가 바꾼 이름을 주민 노력으로 되찾았다는데 마을 전체가 잔치 분위기이다"며 "우리 마을에서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와 옛 재품리 명성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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