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당국의 중국 지원 요청설에는 "아는 바 없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배후설을 강하게 흘리면서 김정남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 'VX'가 쓰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중국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이유로 당사국들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살해를 북한 소행이라고 보는 말레이시아보다는 북한 편에 기울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남이 'VX' 가스로 독살된 것으로 보인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에 대해 "유관 보도를 들었고 유관 사건의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전에 말했듯이 이는 북한 공민이 제3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죽은 사건이며 말레이시아가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유관 측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유관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길 바라며 VX 독가스 관련한 말레이시아의 발표는 초기 상황으로 아직 결론을 내린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김정남 암살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 'VX'와 관련해 "이 가스는 화학무기로, 현재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 과학기술혁신부 화학국은 김정남 시신의 부검 샘플을 분석한 결과 VX로 불리는 신경작용제 '에틸 S-2-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가 사망자의 얼굴에서 검출됐다는 잠정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겅솽 대변인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중국에 김정남의 시신 신원 확인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가 중국 정부에 김정남의 신원 확인에 필요한 친족을 찾는 데 지원을 구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대신 딸 솔희가 오는 26일 말레이시아에 들어와 DNA 샘플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시신의 신원이 확인되면, 김솔희는 현재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로 바로 돌아갈 것이며, 중국 대사관이 시신 인수 절차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겅솽 대변인은 김정남 암살에 'VX' 가스가 연관된 것과 관련해 중국인들의 쿠알라룸푸르 공항 이용에 대한 여행 안전 경보가 내려졌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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