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계기로 준법경영, 투명경영, 윤리경영 강조
기업 문화로 뿌리내릴지는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최근 재벌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준법, 투명, 윤리 등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과의 유착을 끊고, 기업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며, 사회 공헌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취지다.
그러나 준법과 도덕을 강조하는 이런 움직임이 한국 기업들의 문화로 제대로 뿌리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동안 기업들이 수많은 '게이트'가 드러날 때마다 비슷한 약속과 공언을 반복했지만, 결국 공염불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21일 단행한 조직 개편과 임원인사에서 '그룹 본사'격인 정책본부 조직을 크게 '경영혁신실'과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위원회'라는 새로운 두 개 조직으로 나눴다.
신설된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 관련 규칙과 정책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행 여부를 점검한다. 롯데는 사업군을 4개로 나누고 지주회사 전환에 나선 것도 '경영 투명성' 방안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 현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준법경영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인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아예 계열사 정관에 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딥 체인지'는 최 회장이 지난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꺼낸 화두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조직을 혁신하기 위한 키워드다. 우선 SK하이닉스는 다음 달 24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에서 이윤보다는 행복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다.
개정 정관에는 '이해관계자 간 행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미뤄지긴 했지만, 당초 삼성그룹의 올해 인사와 조직 쇄신의 초점도 미래전략실 해체 등 조직 투명성 강화에 맞춰졌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미래전략실이 최순실 모녀의 승마 관련 지원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도 미래전략실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창업자인 선대 회장이 만든 것이고, (이건희) 회장이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삼성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아울러 삼성그룹은 앞으로 10억원 이상 기부금은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삼성의 이런 방침은 24일 오전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규정 개정을 통해 먼저 반영됐고, 곧 다른 계열사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규정에서는 500억원 이상의 기부금에 대해서만 이사회내 경영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다.
삼성이 '이사회 의결' 기부금 액수 기준을 크게 낮춘 것은 '제 2의 최순실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초유의 상황에서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힌 것이다.
삼성·SK·롯데 외에 상당수의 재벌사들과 대기업들도 준법, 윤리, 투명성, 사회공헌 등을 주요 가치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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