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이상, 통계청 3천159명vs행자부 1만6천209명 '5배' 차이
100세 이상 인구의 74%가 '주거불명'…"이대로면 200세도 속출"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경기도 A시에서 주민등록상 최고령자는 1882년생 여성 B씨이다.
그러나 그의 생존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는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잡혀 있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거주불명자'로 분류돼 있다. 주민등록상 살아있지만, 실제로 살아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행정자치부 통계상 전국 최고령 '거주자'는 118세이다. 만약 B씨가 살아있다면 만 135세로 국내 최고령 기록도 바꿀 수 있다.
현재 우리 정부의 시스템으로는 B씨의 생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장기 무연고자로 가족관계를 증명할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른 동사무소 주민등록에는 1885년생 C씨도 있다. C씨에게는 1934년생 아들이 있지만 그도 1997년 사망해 생존 사실 조사에 진척이 없다.
가능하다면 손자 등 직계 후손을 찾아 C씨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인력 여건상 이를 일일이 추적하기도 어렵고, 어렵게 사망했다는 진술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입증할 자료가 없으면 도리가 없다.
올해 1월 기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총인구 5천170만4천332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1천18만8천685명(17.9%)이다.
그러나 60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 가운데 14만3천379명(1.4%)은 거주 불명자이다.
특히 100세 이상 주민등록 1만7천701명 가운데 1만3천113명(74.1%)이 거주불명자이고 실제 생존이 확인된 거주자는 4천587명(25.9%)에 불과하다.
주민등록 고령 인구 가운데 살아있는지 확인된 국민보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국민이 더 많은 셈이다.
거주불명 제도는 무단전출에 따른 주민등록 말소로 거주사실이 불분명한 사람도 각종 사회안전망과 선거 등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2009년 10월 시행했다.
시장, 군수, 구청장은 사실 조사, 공부상 근거 또는 통장·이장 확인 결과 거주 사실이 불분명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거주불명 등록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현시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시스템으로는 거주불명자를 적극적으로 확인해 사회안전망에 편입할 방법이 없다.
지금 구조대라면, 해를 거듭할수록 거주불명 노령자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통계상으로 200세가 속출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주민등록 인구 가운데 100세 이상 거주불명자는 2011년 8천706명, 2012년 9천448명, 2013년 1만258명, 2014년 1만1천157명, 2015년 1만2천33명, 2016년 1만3천40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장년층과 달리, 고령자일수록 신체 및 지적 장애로 사망 가능성이 커지고 사망 단계에서 행정망에 포착되지 않으면 생사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고령자 인구비율 '아리송'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e지방지표에 들어가 보면 '고령자 인구비율' 통계가 나온다.
전국 고령자 비율은 2014년 12.70%, 2015년 13.15%, 2016년 13.53%로 나와 있다.
'주석'을 클릭해 통계기준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면 이 통계는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출처로 총인구에서 65세 이상의 비율을 산출한 설명만 나온다.
그러나 이런 설명(주석)은 불친절할뿐더러 부정확하다.
2009년 개정된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 인구는 '거주자+거주불명자+재외국민' 세 가지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를 아는 국민은 드물고 공무원조차 주민등록 담당이 아니면 이런 내용을 모른다.
여러 차례 확인 결과, e지방지표 고령자 인구비율 통계기준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2015년 이후는 '거주자+거주불명자+재외국민'을, 2010∼2014년엔 '거주자+거주불명자'를 각각 합친 수치이고, 2010년 이전 통계는 '거주자'만 계산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고령일수록 거주불명자 수가 오히려 거주자보다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통계 활용에 오류가 우려된다.
문제는 이런 통계기준도 모른 채 각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등의 고령화 통계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보자료로 제공돼 다방면에 재인용되는 것은 물론 기본계획 수립 등 각종 행정통계로도 활용된다.
연합뉴스가 취재과정에서 일부 자치단체와 통계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를 정확히 알고 설명하는 공무원은 없었다.
이를 재확인한 통계청 한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추가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역시 이런 설명 없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100세 이상 도내 인구가 3천305명이라는 인구통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혼란을 줬다.거주불명자가 2천420명(73.2%), 실제 거주자가 885명(26.8%)이라는 설명을 생략한 것이다. 막을 수 있는 통계 왜곡을 정부가 그대로 방치한 꼴이다.
공식 통계를 생산하는 통계청 수치와 행자부 수치가 다른 것도 문제점이다.
통계청은 2015년 11월 1일 기준 전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100세 이상 고령자는 3천159명이며, 100세 이상 고령자가 가족과 함께 사는 비율은 44.6%라고 발표했다. 당시 행자부 자료의 100세 이상 인구는 1만6천209명이었다. 통계청 실제 조사 수치보다 무려 5배 넘게 많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의 인구총조사는 실제 현장을 확인해 산출하는 것으로, 주민등록 현황으로 산출하는 행자부 통계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거주불명자 현황도 통계청 자료와 행자부 자료에 차이가 상당히 크다. 다만 통계청의 거주불명자 현황은 내부 자료여서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100세 이상 70% 홀로 산다' 황당한 통계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100세 이상 노인 중 나홀로 사는 '1인 가구'가 1만2천438가구(전체의 72.4%)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
10명당 7.2명이 주민등록상 단독세대를 구성하는 홀몸노인이라는 얘기다.
당시 행자부 한 관계자는 "100세 이상 노인이나 1인 세대 수는 전국 읍면동별 주민등록 자료를 통계로 산출한 것"이라며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주민등록상 독립가구를 구성한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지자체를 통해 확인 결과 거주불명자가 주민등록 인구에 포함된 것으로 통계 왜곡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전후해 만 100세 고령자에게 주는 장수지팡이 '청려장' 수령비율에서도 오류가 엿보인다.
지급 대상자를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지난해 지급한 청려장은 절반 수준을 조금 웃도는 58.3%에 불과하다.
◇ 믿거나 말거나 최고령 유권자
호적 등재 오류로 고령자의 실제 나이와 주민등록 나이가 다른 경우도 적지 않아 혼란을 부추긴다.
이 때문에 각종 선거 때마다 시군구 지자체마다 최고령 선거권자(투표자) 확인 소동이 벌어지곤 한다.
경기도 평택시에 거주하는 1900년생 할머니 두 명은 실제로는 각각 1920년과 1930년생이다.
그러나 호적 정리가 되지 않아 선거 때마다 최고령 선거권자로 알려져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당사자가 사는 데 큰 불편이 없다면서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해서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상 안양시 최고령자도 1900년생이나 역시 호적이 잘못됐다는 가족 측 증언만 있고 정확한 나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 주거구조 탓 대도시 주거불명 고령자 집중
이웃집 부엌에 숟가락 개수까지 알 수 있다는 농촌과 달리, 공동주택이 많은 대도시는 이웃과 단절돼 있다.
이런 주거구조 탓에 거주 사실 조사에 한계를 드러낸다.
광역자치단체별로 100세 이상 거주불명자는 서울시(4천752명)와 경기도(2천436명)에 집중돼 있다. 전체의 절반을 넘는 54.8%로, 인구 규모와 대비해 지나치게 많은 비율이다.
모든 연령대별 거주자 수나 총거주자 수가 서울시보다 경기도가 많지만 거주불명자 수는 서울시가 더 많다.
60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가운데 거주자는 서울시 187만2천9명, 경기도 202만8천577명이나 거주불명자는 서울시 5만5천431명, 경기도 2만5천818명으로 2배 이상으로 역전된다.
100세 이상 인구만 봐도 거주자는 서울시 782명, 경기도 891명이지만 거주불명자는 서울시 4천752명, 경기도 2천436명이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통계청에는 각종 조사기관 등이 많은데, 이들과 지자체가 매칭해서 정보를 교류하고, 필요하면 거주사실 조사 등을 위한 인적 자원을 교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나이 들수록 찾기 어렵다
2014년 4월 대전역에서 발견된 이모씨(당시 78세)는 주민등록이 없는 행정상 사망자였다. 한 시민이 길을 헤매던 이씨를 발견했을 당시 그는 백내장으로 오른쪽 눈이 거의 감긴 상태였고 걷기 불편할 정도로 발에 통증을 호소했다. 주소는 물론 날짜로 모를 정도로 정신건강 상태도 안 좋았다.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나서 대학병원, 구청,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요청하고 경찰에 지문 조회를 받아 사망자로 처리된 사실을 확인하고 4개월 뒤 법원 판결로 주민등록을 회복했다.
10년 전인 2003년 이씨가 장기간 집에 들어오지 않자 가족이 가출인 신고를 했고, 이후 5년이 지나 가정법원의 실종선고를 받아 법률적, 행정적 사망자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에서 드러나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긴 일명 '만득이 사건'의 피해자 고모(48)씨를 만약 10년, 20년 후에 찾을 수 있었을까.
가족이 거부해 주민등록에 주거불명자로 등록되지 않았을 뿐 그도 사실상 거주불명자였다.
19년간 '축사노예'로 혹사당한 그를 찾아낸 것은 행정망도 경찰망도 아닌 축사에 설치된 자동경보기였다.
비를 피하다가 보안 경보기를 울리는 우연한 사건이 없었다면, 나이가 더 들어 지적 장애에 강제노역으로 신체가 피폐해진 그를 찾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령화를 피할 수 없고 질병까지 동반하면 생존기에 사회안전망으로 끌어들일 확률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고령자의 경우 가족이나 복지시설을 통해 생존 사실이 확인되거나 읍면동 사무소나 화장시설을 통해 사망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주거불명자로 남겨두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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