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대부분 평범한 친부모…"내 아이는 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고쳐야"
영·유아 아동 전 연령 실태조사도 필요
(광양=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두 살배기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20대 아버지가 구속되면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또다시 수면위로 올랐다.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며, 동생을 괴롭힌다는 이유 등으로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사망하는 아이들은 한 달에 3명꼴로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학대 행위자의 80%가 친부모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별다른 정신적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가해자가 대부분인 만큼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주위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학대사망 아동 36명…친부모·폭행 원인 가장 많아
2014년 아동학대 방지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학대로 사망한 아동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2014년 14명, 2015년 16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36명으로 급증했다.
2014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사망한 아동 39명을 분석한 결과 이 중 21명이 폭행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9명은 친부모·계부 등이 고의로 살해했고 부모가 아동을 데리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아동만 숨진 경우도 5명이나 됐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2014년 1만7천791건, 2015년 1만9천214건, 2016년 2만9천669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이 중 아동학대로 판단된 건수는 2014년 1만27건, 2015년 1만1천715건, 2016년 1만8천573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신체·정서·방임 등이 섞인 중복학대가 48%로 가장 많았고, 정서학대 19.1%, 방임학대 15.7%, 신체학대 14.6%, 성학대 2.6% 순이다.
이러한 아동학대 대부분은 친부모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학대 행위자 중 76.3%(1만4천158명)가 친부모로 학대 행위자 3명 중 2명꼴이다.
나머지 가해자도 계부·계모·양부모 4.4%(828명), 조부모를 포함한 친인척 4.3%(790명) 등 대부분 친족에 의해 아동학대가 이뤄졌다.
◇ '부모 되기 교육' 프로그램 강화·영유아 전 연령 실태조사 필요
문제는 친족 간 범죄는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대 행위가 은밀하게 일어나는 데다 의사소통능력, 2차 피해 우려 등의 문제로 어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외부로 알리기도 어렵다.
실제로 이번 여수의 두살배기 살해 사건 역시 아버지 A(26)씨가 둘째 아들(당시 2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지 2년 3개월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아동들과 접할 기회가 많은 의료인이나 교직원, 보육 종사자 등이 아동학대의 법률상 신고의무자로 돼 있긴 하지만 외형상 학대 흔적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이들의 학대의심 신고 비율도 전체 신고의 3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주요 원인이 부모의 미성숙, 양육지식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부모 되기 교육'과 같은 사회적 프로그램을 강화해 양육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2015년 학대 행위자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학대 사유는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이 33.7%,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19%, 부부나 가족 갈등 6.8% 순이다.
대부분의 학대 행위자가 범죄 전과, 정신 질환이 있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부모인 셈이다.
이에 따라 "내 아이는 내 것"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이나 훈육 목적의 체벌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숙한 양육 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제도처럼 영·유아들의 실태를 조사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이미 2세 미만 아기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데 인력 문제도 그렇고 전수조사만으로는 허점을 모두 메우긴 어렵다"며 "국내에서도 병원 예방접종 등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은 아이들을 파악해 소재를 확인하는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 연령 아이들을 확인할 수 있는 현실적인 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과 친·인척 등 주변의 인식 개선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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