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만 도시에 도로가 편도 2차로라니"…세종시민 불만 폭발

입력 2017-02-26 06:05   수정 2017-02-26 11:21

"인구 50만 도시에 도로가 편도 2차로라니"…세종시민 불만 폭발

"좌회선 차선에 직진 차량…신호체계 무용지물"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도시 건설 초기에는 다니는 차가 별로 없어 괜찮았지만, 인구 50만명 규모의 도시로 만들겠다면서 편도 2차선 도로가 말이 됩니까."






대전 유성에 직장이 있는 세종시민 김모(32)씨는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마다 전쟁을 치른다.

2014년 처음 세종시 도담동(1-4생활권)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왔을 때만 해도 세종에서 유성을 잇는 넓은 8차로 도로를 이용해 집에서 회사까지 '15분' 안에 주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전과 세종을 연결하는 도로가 아니었다.

세종시에 거주한 지 3년이 지나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입주민도 늘었는데, 세종시내 생활권을 연결하는 도로는 대부분 편도 2차선으로 돼 있었다.

매일 아파트 단지 밖을 나서는 데만 30분 넘게 걸리는 등 '교통지옥'을 체감하고 있다.

김씨는 "길가에 대놓은 차가 한 개 차로를 막기라도 하면, 좌회전 차선인 1차로에 직진하는 차량이 줄 서 있어 신호체계가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며 "정부세종청사와 가까운 종촌동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는 아예 차량통행이 마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가 증가하면 교통이 혼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편도 2차로 설계에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개발될 5·6생활권까지 고려했을 때 지금의 교통체계로는 수용이 힘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세종시민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좁은 도로에 대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시민은 "도로가 좁은 탓에 버스가 우회전하기 어려워 좌회전 노선인 1차선에서 우회전을 해 돌아나가는 것을 본 적 있다"며 "아직 대부분 입주를 하지 않은 지역인데도 이런데, 앞으로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도심 최고속도를 30∼50km/h로 제한하는 교통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세종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이하 행복도시) 도심 내 주 간선도로의 제한 최고속도를 기존 60km/h에서 50km/h로, 보조 국지도로는 30km/h로 하향 조정해 시행하고 있다.


행복도시를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구현하고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이다.

행복청 한 관계자는 "편도 2차선 도로로 설계돼 있다 보니 제한속도를 높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도로가 좁다며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보행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안전하다며 찬성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중교통 기반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대전에서 세종시로 이사한 김모(32·여)씨는 "현재 세종시에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노선이 2개 밖에 없어 대전까지는 승용차로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며 "차가 안 다니도록 하는 게 도시 방침이라면 대중교통 기반부터 마련해 놓고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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