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전력 소비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사실상 정체 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도 과거처럼 높은 수준의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16 자주 찾는 에너지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인당 전력 소비 증가율은 0.09%로 1999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인당 전력 소비 증가율은 전체 전력 소비량을 인구 수로 나눈 것이다. 전력 수요(사용량) 예측에 사용된다.
1인당 전력 소비 증가율은 2000년 10.90%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에는 이례적으로 9.55%로 수직 상승하긴 했지만 2013년 1.32%, 2014년 0.18% 등으로 최근 들어서는 사실상 거의 제자리걸음 하는 수준이다.
1인당 전력 소비량도 2014년 9천472㎾h에서 2015년 9천481㎾h로 9㎾h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력 수요가 거의 포화 상태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2010년대 전력 수요 증가세 둔화는 일시적(단기적) 요인들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들에 복합적으로 기인한 것"이라며 "앞으로 단기적 정체 요인들이 사라져도 전력 수요의 증가율이 과거의 연평균 6%대로 복귀하기는 힘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제구조 변화나 전기 요금, 근무일수 등은 증가세의 둔화에 직접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분석됐다. 인구구조 변화의 경우 더 거슬러 올라가 2000년 이후 가정용 전력 소비 증가율의 하락 현상을 설명하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이러다 보니 올해 수립할 예정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이런 수요의 증가세 둔화를 반영해 발전설비의 신규 진입을 좀 더 엄격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수립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15년부터 2029년까지 전력 소비가 연평균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편 이 기간 1인당 석유 소비는 크게 늘었다. 2013년 -0.73%였던 1인당 석유 소비량 증가율은 2014년 -0.85%였다가 2015년 3.01%로 집계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고유가 기조가 꺾이면서 국제유가의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휘발유·경유·등유 등 석유제품 값이 싸지자 사람들이 소비를 늘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책 당국은 에너지 소비의 구조적 변화 요인을 고려해 전력 및 에너지 관련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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