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이 국제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수사를 지휘하는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4일 성지순례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할릿 경찰청장의 성지순례 사실은 그가 이날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드러났다.
경찰청장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놀란 취재진은 그를 바짝 쫓았다.
마침 이날 오전 쿠알라룸푸르 공항내 VIP 구역에서 진행될 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의 기자회견을 기다리던 말레이 현지 기자들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기자들은 할릿 경찰청장이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을 꺼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사복 차림의 할릿 경찰청장은 간단한 질의에만 응답한 뒤 곧장 공항 내부로 사라졌다.
할릿 청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을 찾았을 뿐 애초 취재진과 접촉할 예정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 관계자는 "경찰청장은 고위 공직자라서 VIP 구역을 통해 출국하게 된다. 기자들과 만난 것은 우연"이라면서 할릿 경찰청장이 이슬람 소(小) 순례로 불리는 '움라'(Umrah)에 나섰다고 전했다.
움라는 이슬람력 12월에 며칠간 치러지는 하지(hajj·대순례)와 달리 메카 대사원 경내에서 한 시간여 만에 모든 절차를 끝낼 수 있다.
직항편을 이용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하는데 10시간 안팎 걸리는 고려할 때 할릿 청장은 이르면 주말께 말레이시아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가 총리부터 각 부처 장관까지 한 목소리로 북한을 비판하면서 북한과의 단교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할릿 경찰청장의 사우디아라비아 행(行)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에서는 할릿 청장의 사우디 방문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아흐맛 하심은 "주로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종교적 의무를 다하는 것 아니냐"면서 "문제삼을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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