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말레이시아 당국이 암살된 김정남의 얼굴 피부와 눈 점막 등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가 검출됐다고 밝히자 중국 전문가는 의문투성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전문가는 25일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살된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북한 국적의 남성을 포함해 범행을 저지른 여성 용의자 2명 그리고 공항 관계자 등이 많지만 "VX의 효력으로 고통받았다는 보고가 거의 없어 치명적인 VX의 성능과는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VX는 특수오염제거반이 아니면 정화할 수 없으며 이 물질에 피부에 닿거나 호흡기에 유입됐다면 용의자 또한 중독됐을 것"이라면서 "심지어 당시 피살된 남성과 곧바로 접촉한 의료진과 경찰도 VX 때문에 고통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박사는 VX가 무색무취의 금지된 화학 무기로 "이는 부엌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고도화된 화학 무기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물질"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화학 무기 감시 단체들이 2015년 내전 지역인 시리아에서 사린과 VX 가스의 흔적이 발견된 적이 있다고 밝힐 정도로 평상시에 쓰이는 물질은 분명히 아니다.
중국 전문가는 "김정남을 죽인 독극물이 VX로 판명된다면 일련의 의문에 대한 답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도대체 어떤 나라가 VX를 생산했고 누가 이것을 살인자들에게 건넸는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화학 분석을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에서 VX를 검출했다. VX는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 무기용 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 지난 1995년 일본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 테러 당시 사용한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한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