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창사 8년 만에 80조 회사 일군 우버의 최대 위기

입력 2017-02-25 11:17  

<실리콘밸리 리포트> 창사 8년 만에 80조 회사 일군 우버의 최대 위기

"능력 제일주의 '푸시' 문화, 거꾸로 우버의 발목 잡나?"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실리콘 밸리 최고의 성공스토리 가운데 하나로 우버를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거의 없다.

택시 잡기가 어려운 미국에서 '차량 공유'라는 독특한 아이디어 하나로 불과 8년 만에 제너럴 모터스(GM)보다 더 가치 있는 회사를 만들어낸 우버. (우버의 시장가치는 약 700억 달러(80조 원)에 달한다. GM보다 100억 달러 가량 비싸다.)




그 우버가 이번 주 최악의 시련을 맞았다. 퇴직한 여직원의 성추행 폭로가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과정의 문제들은 적당히 무시해도 된다는 우버의 '푸시(push)' 문화, 능력 제일주의(meritocracy)에 대한 성토는 그동안 실리콘 밸리에서는 술안줏거리에 불과했다. 그것이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최고의 회사를 일군 비결인 것처럼 눈감아 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지난 19일 수전 파울러의 성추행 폭로 이후 뉴욕타임스(NYT)가 30여 명의 우버 전 현직 직원들과 가진 인터뷰는 충격적이었다.

한 우버 매니저는 회사의 라스베이거스 휴양지에서 파티도중 여러 명의 여직원들의 가슴을 더듬고 다녔다. 회의 도중에 입에 거품을 물면서 동성애자 직원을 비난한 부서장도 있었다. 부하 직원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야구 방망이로 머리를 때린 상사도 있었다.

파울러는 상사의 성추행을 폭로한 글에서 "모든 관리자가 직원들과 싸우는 있는 것 같았고, 또 직원들은 기회만 있으면 그들의 직속 상사를 음해하거나 망신을 줘 그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올라가려고 기를 쓰는 분위기였다"고 우버의 사내 문화를 꼬집었다.

그녀는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식의 비행이 감독자들과 부서장들의 모임에서 마치 자랑거리처럼 얘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버 인사부에서는 문제가 된 관리자들을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감싸거나, 정 문제가 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우버는 현재 2개 국가에서 최소한 3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모두 성추행과 상사의 모욕적 언사와 관련된 것이다.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CEO는 지난 2009년 회사를 만들면서 아마존의 능력주의와 실적주의를 그대로 모방했다. 지역 총괄 매니저들은 본사의 감독을 거의 받지 않고 단독으로 결정을 내린다. 신속한 결정을 위한 분권화지만 너무 많은 권한을 줬다. 채용과 해고도 그들 임의대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성장ㆍ매출 목표'만 달성하면 어떤 지엽적 문제도 용서하는 분위기였다고 우버의 전직 직원은 증언했다.

NYT는 "우버의 급속한 외적 성장은 내부의 대가를 치른 뒤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 내부의 파괴적 문화에 대한 폭로는 칼라닉 CEO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결국 '우버 앱 삭제'(#deleteuber) 캠페인이 벌어지자 황급히 트럼프 경제자문단에서 탈퇴한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부문인 웨이모는 23일 우버가 자사의 기술을 훔쳐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버가 지난해 인수한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오토의 창업주가 과거 구글 자율차에서 일할 당시 14만 개의 기밀 파일을 몰래 다운로드 받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면서 우버가 오토를 인수했다는 것이 웨이모 측의 주장이다. 재판 결과가 나와봐야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겠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는 성과 제일주의에 빠진 우버라면 능히 그럴만하다는 얘기들이 많다.

칼라닉 CEO는 판단이 빠른 사람이다. 그는 19일 성추행 폭로가 나오고 소셜네트워크에 또다시 '우버 삭제' 운동이 번질 조짐이 보이자, 20일 사내 메일을 통해 즉각 사과했다. 그리고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이 속한 법무법인에 독립적인 조사를 맡겼다. 21일 임원회의에서는 "사내 문화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속전속결이다. 하지만 이 신속한 대응 역시 '우버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여주기식 땜질 대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홀더 전 장관이 속한 법무법인이 과거 우버가 운전자들의 지문인식 검사에 반대할 때 우버 쪽 대리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내부자에게 내부의 파괴적 문화를 독립적으로 조사하라는 것은 기만"이라는 비판도 있다.




칼라닉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서 우버 앱을 삭제하는 것이다. 차량 공유 업체가 우버밖에 없다면 몰라도 미국에는 리프트가 있고 중국에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있다. 가뜩이나 우버가 리프트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능력과 실적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질주해온 우버가 이로 인해 독버섯처럼 퍼진 내부의 파괴적 문화를 바꾸고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문화에 발목이 잡혀 허무하게 주저앉을지 실리콘 밸리의 눈이 모두 우버를 지켜보고 있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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