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등 급진노선 걸림돌, '험로' 관측 여전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급진좌파 색채 정당인 좌파당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자라 바겐크네히트 좌파당 공동총리후보(선거지휘 최고후보)는 주간 슈피겔 인터뷰에서 "사민당이 복지정책을 진심으로 추구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단 채 이런 정견을 내놓았다고 슈피겔온라인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겐크네히트 후보는 "우리는 복지국가를 다시 세우고 평화적인 대외정책을 얻을 수 있다면 정부에 참여할 것"이라면서 "나는 중도세력과 좌파 간 연립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까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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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당의 여성 '간판으로 인식되는 바겐크네히트는 이 당의 연방하원 원내대표이기도 하며, 옛 사회민주당의 저명 정치인이었다가 탈당 이후 지금은 같은 좌파당의 자를란트 대표로 있는 오스카어 라퐁텐의 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르틴 슐츠 사민당 총리후보가 '아겐다 2010' 수술 등 좌클릭 복지정책 강화를 거론한 가운데 나온 바겐크네히트 총리후보의 이번 언급은 총선 판도에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는 소재가 될 수 있다.
현 대연정에 소수당 파트너로 참여 중인 사민당은 사민, 좌파, 녹색당 등 3당 간 '적적녹' 좌파연정을 차기 정부형태의 하나로 검토하며 상대 당들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좌파당 때문에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게다가 바겐크네히트 자신은 정책의 양보가 크게 요구되는 연정 참여보다는 야당의 길을 걷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왔다.
그 점에서 바겐크네히트 후보의 이번 발언은 비록 조건부이긴 하나 주목받을만하며 현실화 정도에 따라선 독일 정치권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독일 정치권은 그러나, 구동독 공산당(사회주의통일당)에 뿌리가 닿아있는 좌파당이 장기 실업급여 체계인 하르츠 4 폐지와 최소소득 보장 같은 경제정책을 추구하고 연방군 해외파병 반대, 이미 파견된 군대 복귀, 무조건적 전쟁 간여 반대 등 절대 평화노선을 앞세우는 정당이기 때문에 연정 구성을 위한 정책 합의가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좌파당은 앞서 사회주의통일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과, 라퐁텐 같은 사민당 좌파가 독립해서 만든 노동사회정의당이 2007년 합쳐서 생겨났고, 이런 탄생 역사가 바로 그러한 정책 노선에 투영돼 있다.
독일에선 연정을 꾸리려면 정파 간 치열한 대화와 타협을 거쳐 권력 나누기를 포괄하는 정밀한 계약서를 써야 한다.
나아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연임 저지를 위협 중인 사민당 슐츠 총리후보로선 총선 전에 적적녹 연정 플랜의 제시를 통해 유권자 심판을 정식으로 호소하든가 하는 정면돌파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유권자들은 또한, 차기 연정 선호도와 관련해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사민당 간 대연정(43%)을 적적녹 연정(33%)보다 10%포인트 차로 가장 선호한다는 제1 공영 ARD 방송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달 초 나온 바 있다.
한편, 독일 연방정부 차원에서 적적녹 연정이 꾸려진다면 역대 첫 사례가 된다. 2014년 9월과 작년 9월 각각 주(州)의회 선거를 치른 튀링겐과 베를린 주정부 단위에서만 적적녹 연정이 가동되고 있을 뿐이다. 튀링겐에선 특히 좌파당 소속의 주총리(보도 라멜로브) 체제가 역대 처음 탄생했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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