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실제 대통령인 것처럼 꾸민 웹사이트가 등장해 관심을 끈다.
웹사이트의 주소 명은 '힐러리가 트럼프를 눌렀다'(http://www.hillarybeattrump.org)다.
대선 패배에 좌절하는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들의 '피난처'이자 그를 이기고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풍자하는 사이트라고 미국 일간지워싱턴포스트가 2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힐러리 대통령 시대'를 염두에 둔 가상의 웹사이트를 열면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라는 글씨와 함께 '다수가 지배하는 진짜 미국의 뉴스'라는 글귀가 첫눈에 들어온다.
대선 전체 투표수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공화당 트럼프 후보보다 약 300만 표 가까이 이겼지만,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뒤져 승패가 뒤바뀐 미국 선거 제도의 허점을 꼬집은 것이다.
뉴스 형태를 띤 웹사이트 게재물의 제목을 보면,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이 79%로 떨어졌다', '클린턴 대통령이 과감하게 언론을 백악관 기자회견에 초대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공립학교, 미국 항공우주국 우주선, 비디오 게임에서의 성 중립 화장실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등이 눈에 띈다.
사상 최저 국정 지지율, 언론과 끊임없는 갈등, 성전환자의 화장실 보호지침 폐기 등 현재 연일 뉴스를 쏟아내는 트럼프 행정부를 신랄하게 풍자한 내용이다.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와 해당 매체의 수석편집자인 극우 인사 밀로 야노풀로스,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 등은 이 웹사이트를 '가짜 뉴스'이자 '진보주의자들의 현실 도피처'라고 맹비난했다.
웹사이트를 개설한 30대 여성 작가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진보주의자들의 도피처라는 보수주의자들의 평가가 어느 정도 맞지만, 민주당이 실제 대선에서 이겼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주의자들의 공격 표적이 되고 싶지 않아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유머러스하게 웃어보자는 취지에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던 이 작가는 '가짜 뉴스' 주장에 "너무나도 명백한 풍자이기에 누구도 나를 잘못된 정보 전달, 집단지성 약화 등의 이유로 고소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지난 1월 웹사이트가 개설된 뒤 5명의 작가가 동참해 콘텐츠를 제작 중이라고 한다.
보수 매체들이 '힐러리 대통령' 사이트를 실존하는 '가짜 뉴스'로 집중적으로 보도한 뒤 1일 방문자가 평균 20만 명으로 늘었고, 익명의 작가는 매일 밤 이들이 쏟아낸 분노의 메일을 지우느라 바쁘다고 전했다.
일주일에 35시간을 사이트 운영에 투자한다던 익명의 작가는 "페미니즘 역사에서 중요한 한 장을 러시아 사람들(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줄리언 어산지,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에게 이 사이트가 원기를 북돋워 줄 것"이라고 평했다.
폭로 전문매체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어산지는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인사들과 클린턴 선거운동본부장이던 존 포데스타의 유출된 이메일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클린턴 후보의 경쟁자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게 불리하게 경선을 조직적으로 운영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미 국장 역시 대선 11일 전 클린턴 전 장관의 대표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선언해 트럼프 후보의 승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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