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게임] '金만큼 반짝인 銀'…36세 이채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입력 2017-02-26 12:22  

[아시아게임] '金만큼 반짝인 銀'…36세 이채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연달아 호성적…평창 기대감 ↑



(삿포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이채원(36·평창군청)은 이제 운동선수로 치면 환갑에 가까워진 나이다.

체력과 지구력이 모두 필요한 스키 크로스컨트리 선수는 보통 20대 후반에 선수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30대 중반을 넘어가면 성적은 꺾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채원은 올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금메달 텃밭'인 동계체전에서는 올해도 4관왕에 올라 67번째 금메달을 기록했고, 이달 초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에서는 12위에 올랐다.

이는 한국 선수가 월드컵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다.

그리고 제8회 동계아시안게임 크로스컨트리에서도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선수 본인이 간절히 기대했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금메달만큼 반짝이는 은메달이었다.

이채원은 대회 최종일인 26일 일본 홋카이도현 삿포로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크로스컨트리 여자 15㎞ 매스 스타트에서 43분 32초 5로 2위를 기록했다.

앞서 21일 10㎞ 프리에서 고바야시 유키(일본)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2위에 올랐던 이채원은 이날도 고바야시와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을 펼치다 막판에 뒤처졌다.

이채원은 "숨은 남았는데 (고질적인 통증에 시달리는) 발목이 못 따라왔다. 거의 따라갔는데 막판에 졌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충분히 값진 결과다.

김종환 대한스키협회 총무이사는 "30대 중반을 넘은 이채원 선수가 훨씬 나이 어린 선수들과 저렇게 경기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뒤에서 얼마나 노력했겠는가. 기록과 메달 모두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대회 이채원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대회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몸살을 앓아 출전 종목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거리에 강점을 보이는 이채원은 '선택과 집중'을 했는데, 이날 매스 스타트는 선수 본인이 가장 기대한 종목이었다.

결과는 은메달이지만, 기록 자체만 놓고 보면 오히려 2~3년 전보다 좋다.

이채원도 "올해 고지 훈련에 힘쓴 덕분인지, 작년이나 재작년보다 올해가 몸과 성적 모두 더 좋다"고 설명했다.

대회 4관왕에 오른 고바야시에게도 이채원은 '두려운 언니'였다.

고바야시는 경기가 끝난 뒤 일본 취재진에게 한참 동안 "이채원 선수가 치열하게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는 "이채원 선수가 언덕을 올라가는 데 조금 힘이 부족하더라. 그래서 언덕에서 역전했고, 다행히 1등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이채원의 다음 목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강원도 평창군이 고향인 이채원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채원은 "다들 많이 도와주셔서 성적이 올라온 거 같다"면서 "올림픽 전까지는 (발목을) 어떻게든 조치해야 할 거 같다. 감독, 코치님과 잘 대화하며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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