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주요 기업들의 법인세 인하 요구를 외면한 채 세율 25%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24일 법인세법 수정안 심의 때 법인세율을 변경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인대는 기업들이 자선 기부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중국 재정부 세정사(司·국에 해당) 장톈리(張天犁) 부사장은 "수정안이 기업의 자선 참여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데 주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 부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금 인하 움직임에 대한 대응에 관한 질문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은 대부분 기업에 법인세율 25%를 적용하고 있고, 정부 공인 첨단기업과 소기업에는 각각 15%와 20%의 우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기업 영업세를 부가가치세로 바꾸는 세제 개혁을 통해 기업의 세 부담을 5천억 위안(약 84조2천억 원)이 경감됐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은 전면적인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에 유리를 납품하는 중국 푸야오(福耀)글라스의 차오더왕(曹德旺) 회장은 작년 12월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세금 부담이 중국보다 훨씬 적다며 감세 논쟁을 촉발했고 음료 대기업인 와하하그룹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도 중국 당국이 기업에 숨 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톈진차이징(天津財經)대 리웨이광 회계학 교수는 이달 초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뒤 '죽음의 세금'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중국의 조세부담을 비판했다.
베이징(北京)의 유니룰(天則)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과 수수료 등 정부 수입 비율을 뜻하는 '거시 조세 부담'이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세계 최대 복지국과 비슷한 40%에 달했다.
이에 대해 장 부사장은 "중국 법인세율 25%는 세계적으로 중간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의 한바오장(韓保江) 경제학부 주임은 중국이 현재 큰 폭의 세금 인하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가 올해 성장을 촉진하고 사회복지 지출을 위해 안정적 재정 수입원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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