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사관, 소속 외교관 용의자 지목에도 나흘째 묵묵부답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해 온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현직 외교관을 사건 연루자로 지목한지 나흘이 지났지만, 북한 대사관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26일 오후 현재 쿠알라룸푸르 고급 주택가인 부킷 다만사라에 있는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은 모든 창문에 커튼을 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간혹 차량을 몰고 관저를 드나드는 대사관 직원과 쿠알라룸푸르 현지 북한 교민들도 내외신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일부 대사관 직원들은 김정남 사건 연루자로 지목된 현광성 2등 서기관의 행방 등과 관련해 질문세례를 퍼붓는 취재진을 상대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 대사관 정문 앞에 진을 친 취재진을 향해 북한대사관 소속 승용차가 치고 갈 것처럼 위협운전을 하다 마찰을 빚었다.
이날 정오께 관저를 빠져나오던 대사관 소속 벤츠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내는 바람에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한 외신기자들이 차 옆면에 세게 부딪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문제의 차량은 백미러가 파손됐다.
벤츠에서 내린 북한대사관 직원은 "누가 그랬냐. 사람들이 도덕이 있어야지"라며 오히려 취재진에게 화를 내며 자리를 떴다.
앞서,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대사관 현광성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을 김정남 암살 사건의 사실상 용의자로 지목하고 북한대사관이 이들에 대한 조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현광성과 김욱일은 지난 13일 김정남을 살해한 뒤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대사관 측은 22일 오후 대사관 앞에서 3쪽 분량의 성명을 발표해 이미 체포된 북한 국적 화학전문가 리정철 등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현광성, 김욱일과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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