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24일 오전 北비자발급 예고…오후에 돌변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다음 달 초 미국 뉴욕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미국과 북한의 반관반민(트랙 1.5) 대화가 무산되는 데에는 불과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 비공식 대화는 북한 측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접촉을 시도한 끝에 도널드 자고리아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부회장의 주선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을 비롯한 정부 측 인사가,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와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뉴욕 현지시간 지난 24일 오전에만 해도 회담은 계획대로 진행될 듯 보였다. 미 외교정책위측 관계자는 이날 오전 국무부로부터 북한 참석자들의 비자가 정상적으로 발급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국무부의 긍정적 태도는 몇 시간 지나 오후 들어 돌변했고, 비자 발급은 거부됐다.
이번 뉴욕 회동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한 인사는 비자 발급 결정이 누군가가 이를 반대하면서 오후 들어 뒤집혔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대량살상무기 VX가 사용됐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가 나온 마당에 북미 대화를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북미 뉴욕회동의 무산 원인은 북한의 VX 사용혐의에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미 국무부가 비자 발급을 긍정적으로 통보한 시점에 이미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가 충분히 전해졌던 상황을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 익명의 인사는 "VX 공격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불쾌감(pique)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너무 늦었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번 회동은 미국과 북한이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접촉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기조와 'VX 사용 논란'으로 번진 '김정남 암살 사태'로 대화의 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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