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권 포기하더라도…'망신주기' 질문 피하고 특검·검찰에 '패' 숨기기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 최후변론에 출석을 포기한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저희도 불출석 사유를 추측할 뿐"이라며 "대리인단도 의견이 갈린 상태로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출석에 찬성한 대리인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적극적 해명을 하는 것이 심판에 유리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대리인들은 국격 문제와 함께 헌재의 '8인 재판부'를 인정해선 안 되고, 변론 종결 시점을 미리 정한 방식과 절차 진행에도 불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그는 전했다.
일부 대통령 대리인은 대법원장이 이 권한대행 후임을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헌재가 '8인 체제'로 심판을 선고해선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평우(72·사법시험 8회) 변호사 등은 헌재가 '편파재판'을 하고 있다며 최종변론 일정을 사실상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헌재 안팎에선 박 대통령의 불출석·서면 의견 제출 방침에 헌법재판관과 국회 측의 '송곳 질문'에 대한 큰 부담감도 자리하고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최후진술만 하고 질문 없이 퇴장할 수 있는지 질의했지만, 헌재는 '출석 시 질문을 피해갈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국회가 박 대통령을 향한 1시간여의 신문을 준비하고, 일부 헌법재판관도 대통령 측에 내놓을 질문을 다듬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일부 대통령 측 대리인은 "'망신주기'성 질문에 시달릴 게 뻔하다"며 '최후진술'이란 방어권을 포기하더라도 불출석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에 출석할 경우 박 대통령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한 구체적 입장이 노출되는 점 역시 불출석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대통령 변호인단의 유영하 변호사 등은 박 대통령에 "헌재에 나가 진술하면 특검·검찰에 패를 보여주는 것이 된다"며 출석을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법정 진술을 위해 헌재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불명예에 해당한다는 일각의 우려 역시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앞서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서 신문을 받는 것이 국가 품격을 위해서 좋겠냐"며 출석에 반대하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bang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