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씨, 페북 글에서 "이해진, 의장 넘기고 이사로 남아 새 물길"
"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차기 의장" 언급…네이버 "확정 안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네이버의 맞수인 포털 다음을 창업했던 이재웅씨가 네이버가 추진중인 이사회의 개편에 대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모범"이라고 극찬해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이씨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한 글에서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이 이사로 남고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될 것 같다. 네이버가 새 물길을 열어가고 있다"며 이처럼 평했다.
이씨는 "이는 창업자가 의장직도 물러나고 이사로만 남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특수관계인이 아닌 새 의장을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라며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상장기업의 기본인데 지금까지 (한국에서) 잘 안 됐던 만큼, 네이버는 첫 단추를 멋지게 잘 끼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성숙 대표이사 내정자가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것도 멋지지만, 이사회에 여성이사가 회사 역사 최초로 등장한 사실도 멋지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앞서 이해진 의장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의장직을 그만두고 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네이버 관계자는 변 회장이 차기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이 씨의 언급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서울대 공학박사 출신인 변 회장은 디지털 셋톱박스 등 IT 장비 사업으로 세계적인 성공 신화를 이룬 '한국 벤처 1세대'다.
그는 애초 네이버에 사외이사로 영입될 예정이었지만, 휴맥스홀딩스 등 타사에서 임원을 맡고 있어 법적 문제가 없는 직위인 기타비상무이사로 내정됐다.
기타비상무이사란 타사 고위관계자가 회사의 일상적 업무(상무)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이사회 안건 의결에 참여할 때 주는 자리로, 네이버가 기타비상무이사를 내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1995년 다음을 창업해 회사를 1위 포털 업체로까지 키웠으나 2000년 초반 네이버에 선두를 빼앗겼다. 그는 2007년 다음 대표이사를 사임했고 이후 소셜 벤처 육성 기업인 '소풍'(SOPOONG)을 운영해왔다.
연세대 전산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이해진 의장과 같은 86학번이다. 동종 업계 리더이자 같은 지역(서울 강남) 출신이라는 점 등 덕분에 이 의장과 개인적 친분도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벤처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이사회에 관한 이번 이씨의 언급과 관련해 "예전에도 이씨가 한국 대기업의 변칙적 경영권 상속 관행을 비판하고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꾸준히 강조했던 만큼 그리 놀랍지는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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