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혈단신 탈북 성공한 리정열군 가족 스토리 자세히 전해
(마카오=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작년 9월 홍콩을 거쳐 한국에 간 탈북 수학영재가 과감하게 탈북할 수 있었던 데는 아버지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SCMP는 20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과 2015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바깥세상을 경험한 리 군은 홍콩 대회에 참가하기 훨씬 전 탈북을 계획했으며 북한 남부 지역 중학교 수학 교사인 부친에게 탈북 의사를 알렸고, 부친이 이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리 군 부친은 탈북자 가족에 대한 보복 우려에도 리 군에게 미화 200달러(약 22만6천 원)를 구해 쥐여주면서 걱정하지 말고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탈북을 결심했던 리 군으로선 작년에 고3이어서 홍콩에서의 제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가 외국에서 탈북을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애틋한 부정(父情)을 뒤로 한 채 홍콩에 온 리 군은 작년 7월 17일 북한 측 감시망을 뚫고 숙소인 까우룽(九龍)반도 홍콩과학기술대 기숙사를 혼자 빠져나 온 뒤 한국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란타우섬에 있는 홍콩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리 군은 한국 항공사 직원에게 접근해 한국에 가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항공사 직원이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전화했고, 영사관 측은 리 군에게 스스로 택시를 타라고만 일렀다.
이후 리 군은 공항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의 극동파이낸스센터로 가 센터 내 5층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한 소식통은 "리 군이 영사관에 걸어 들어왔을 때 영사관 직원들이 그의 용기에 놀랐다"며 "리 군이 첫 달에는 좀처럼 얘기를 안 했지만, 점차 영사관 직원들과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영사관 직원들이 두달 동안 리 군을 24시간 지원했지만, 리 군 부모의 안전과 리 군의 감정을 자극할 걸 우려해 가족 관련 질문은 피했다고 덧붙였다.
리 군은 두달 간 영사관 내 작은 방에 머물면서 컴퓨터 게임을 즐겼고 러닝머신을 이용해 체력을 단련했다.
리 군은 작년 9월 24일 일본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뒤 표준말과 한국 문화, 사회, 국제 관계에 대해 공부했고 다음달 대학 학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리 군이 망명 당시 한국에서 수학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으며 최근 국내 수학 경시대회에서 우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SCMP는 리 군이 입학하는 대학이나 전공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리 군은 1997년 7월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홍콩에 진입한 탈북자다. 홍콩에서 탈북자가 한국행을 허가받은 것도 주권 반환 이후 처음이다.
주권반환전인 1993∼1997년 6월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간 탈북자는 1996년 12월 망명한 북한 주민 김경호씨 일가족 17명을 포함해 4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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