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부경찰서 김종혁 경위, 암 투병으로 명예퇴직
결손가정 자녀·고아 등 10년간 8명 맡아 키우는 '선행'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저 다시 돌아와서 일 할 수 있겠죠? 수술 잘 되리라 믿고 다녀오겠습니다."
기자의 손을 잡으며 스스로 위안의 말을 건네던 베테랑 경찰관의 손은 암 수술을 앞두고 가느다랗게 떨렸다.
결손가정 자녀와 고아 등 8명의 여아를 돌보는 선행을 펼친 광주 북부경찰서 김종혁(57) 경위가 위암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28년 경찰 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 경위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올해로 10년째다.
사연이 안타까워 한 아이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해 어느덧 7명으로 늘었다.
맡아 키우다 친척 집으로 돌아간 1명의 여아를 더하면, 모두 8명의 여자아이가 김 경위 부부가 사는 이층집을 거쳐 갔거나 현재도 살고 있다.
처음 데려왔을 때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이던 아이들은 어느덧 성장해 두 명은 대학 1∼2학년에 재학 중이다.
지난해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3살 여아가 김 경위의 집으로 와 웃음을 주는 막내로 성장하고 있다.
결손가정 자녀와 고아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시작한 일이 김 경위 인생의 모든 것이 됐다.
취업해 결혼한 아들과 피아노 강사로 일하며 오는 4월 결혼식을 앞둔 딸은 김 경위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혹시나 아이들의 사연이 외부로 알려져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자신이 경찰관이라는 사실까지 아이들에게 숨기며 키웠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선행이 아니다"는 김 경위는 "다른 아이들처럼 풍족하게 못 해주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고 평소에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 김 경위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지난해 말이다.
건강검진 결과 위암 초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았으나, 위 3분의 2와 쓸개, 십이지장 등 장기를 도려내야만 했다.
2년여 남은 정년퇴직 기한을 끝까지 채우고 싶었지만, 수시로 병원 치료를 다녀야 하고 식이요법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 동료 경찰관에게 피해를 줄까 봐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퇴직한 김 경위는 이제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 모든 것을 바칠 예정이다.
7명의 아이를 홀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키우기 위해 새로운 일거리도 찾아볼 예정이다.
27일 오전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열린 퇴임식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한 김 경위는 자비를 털어 동료들에게 수건 한 장씩을 돌렸다.
수건에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는 문구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김 경위는 "퇴임을 앞두니 그동안의 힘듬과 불만은 사라지고 고마움만 남는다"며 "경찰조직에 몸담으며 그동안 애들을 잘 키울 수 있어서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광문 북부경찰서장과 동료 경찰관들은 "좋은 일을 한 경찰관이 안타깝게 퇴직해 마음이 아프다"고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배웅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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