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오는 28일(현지시간·한국시간 1일 오전 11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의회연설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눈이 그의 입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지속된 트럼프 랠리가 이어질지 여부가 이번 연설에 달렸다는 게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세제개편안과 경기부양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을 경우 주가가 5% 이상 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7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오는 8월까지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세제개편안에 대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국경세에 대한 입장, 인프라 투자 등 경기부양, 금융권 규제완화 등 다른 주요 경제정책의 구체적 시행방안에 관해서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번 연설에서 세제개편안을 언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중산층의 세금을 인하하고 세제를 간소화하는 동시에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상승을 위한 법인세 인하 방안을 담은 전면적인 개편안을 간단히 소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몇 주 내에 미국기업에 전반적인 세금부담을 낮춰주는 깜짝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이번 개편안이 과거 레이건 정부의 1986년 세제개편안 이래 가장 광범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의회만이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세제개편안이 나와도 의회 통과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미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트럼프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35%→20%)와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세금을 일시적으로 3.5∼10%로 감면하는 조처 등을 도입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로 불리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4% 뛰었다. 지난달 25일 20,000선을 처음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20,821까지 치고 올라갔다. 11일 연속으로 사상최고가를 깨면서 역대 최장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P500지수도 11.1% 상승해 예상 수익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블룸버그 집계기준 18.3배까지 치솟았다. 장기 평균은 15배였다.
미국발 훈풍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 주말 70조9천200억 달러로 미국 대선 전날인 작년 11월 7일에 비해 9.0% 불어났다. 증가액은 5조8천460억 달러(약 6천600조원)나 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첫날부터 이어진 트럼프 랠리가 계속되려면 그동안 랠리를 이끌었던 감세와 인프라투자 등에 대한 구체적 시행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JJ키나한 TD아메리트레이드 수석투자전략가는 "연설에서 세부사항 없이 또 '엄청 잘 될 것'이라고만 한다면 시장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앨런 게일 리지워스투자 자산분배부문장은 "시장은 공화당과 가능하면 민주당까지 동의를 얻을 수 있을 만한 구체적인 세제개편안에 대해 듣기를 원한다"면서 "만약 시장이 트럼프의 약속 이행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5%가량은 충분히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맥케인 키프라이빗뱅크 수석투자전략가는 "올해내 정책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신호만 나와도 이번 랠리는 멎을 수 있다"면서 "이는 투자자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취임 첫해 국정연설이 아닌 의회연설 형식으로 신임 행정부의 정책과 법안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법안 추진계획을 처음으로 종합적으로 밝힌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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