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역 상대국을 제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미국 무역대표부에 중국 등을 상대로 일방적인 무역 보복 조치를 취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들을 강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이런 움직임은 1995년 출범 이후 30여년간 전임 행정부들이 존중했던 WTO 분쟁조정 절차를 우회하는 수단들을 찾겠다는 의도다.
이는 글로벌 경제 질서를 시험해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속셈, WTO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국제기구라는 트럼프 행정부 일각의 회의적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에 WTO를 '재앙'이라고 말할 정도로 반감을 드러낸 바 있고 취임 직후에는 일본을 비롯한 10개국와 함께 서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탈퇴를 결정했다.
보호무역주의자들로 무역정책 사령탑을 구성한 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인준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로버트 라이시저 무역대표 내정자는 2010년 미국이 WTO에 더 공격적인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독트린을 제시하는 보고서에서 WTO가 미국의 법인세 제도를 불공정하게 대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했었다.
라이시저와 로스의 인준이 완료되지 않는 만큼 현재 각료급에서는 나바로 NTC위원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팀을 이끄는 유일한 고위급 관리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나바로 위원장이 무역대표부에 법적 대안 마련을 지시한 장본인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로스의 인준은 임박했지만 라이시저는 이달 중순 이전에 인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전하면서 나바로 위원장이 움직인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팀이 공백 상태는 아님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WTO에 이처럼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무역정책팀의 다수가 미국 철강업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WTO 분쟁조정 패널은 과거 미국 철강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 정부가 취한 공세적 반덤핑 조치들을 WTO 규정에 위배된다며 번번이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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