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에서도 두드러진 '트럼프 존재감'…풍자·비판 잇따라(종합)

입력 2017-02-27 16:29  

오스카에서도 두드러진 '트럼프 존재감'…풍자·비판 잇따라(종합)

키멀 "인종차별 논란 없앤 트럼프 감사…우린 트윗 공격받게 될것"

스타들, 레드카펫서 '反이민 저항' 파란리본 달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김아람 기자 = 26일(현지시간) 저녁 열린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감은 돋보였다.

무대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풍자와 비판이 이어졌고, 레드카펫에선 반(反) 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파란 리본들이 등장했다.

올해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이날 시상식 막이 오르자마자 풍자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작년에 오스카상이 인종차별적으로 보였던 것 기억하느냐? 그게 올해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색인종 차별' 논란을 겪었던 아카데미가 올해 트럼프 대통령 덕에 오히려 '차별 반대'의 목소리를 대표하게 됐다는 뼈 있는 농담이다.

키멀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메릴 스트리프가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다가 "과대평가된 배우"라는 역공을 당했던 일도 끄집어냈다.


그는 "한 여배우는 과대평가된 연기로 오랜 세월 건재하다. 그녀는 올해까지 20차례나 오스카상 후보로 지명됐다. 우리는 올해도 습관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적었다"고 말하며 스트리프에 대한 기립박수를 유도했다.

스트리프의 드레스를 가리키며 이방카 (트럼프) 제품이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상이 된 새벽 트윗과 관련해서 키멀은 "여러분 일부는 오늘 무대에 올라 미국 대통령이 새벽 5시 장운동을 할 시간에 트윗으로 반응하게 될 연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농담했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트럼프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스트리프에게 그랬듯 '트윗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본 것이다.

키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는 부분도 꼬집어 "CNN이나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그밖에 타임스로 끝나는 매체에서 온 기자들은 나가 달라. 우리는 가짜뉴스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상소감을 전하면서, 혹은 시상자로 나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한 이들도 있었다.

이날 작품상의 주인공인 '문라이트'의 흑인 감독 배리 젱킨스는 각색상을 수상한 후 "당신을 위한 거울이 없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의 뒤에 아카데미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있다"며 "앞으로 4년간 우리는 당신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고 당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일즈맨'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나 시상식에 불참한 이란의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글로 전한 수상소감에서 "전 세계를 아군과 적으로 나누는 그런 행동은 공포를 유발할 뿐이며 침략과 전쟁을 정당화하는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파르하디 감독은 이란을 포함해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하는 뜻에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를 포함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영화감독 6명 전원은 아카데미 시상식 이틀 전 미국의 '파시즘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시상자로 나온 멕시코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이주 노동자이자 멕시코인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나는 모든 장벽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세우겠다고 공언한 멕시코 국경 장벽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날 시상식 레드카펫에서도 의상과 패션을 통한 정치적 목소리가 나왔다.

여러 스타가 반이민 행정명령에 항의해 법정 투쟁을 불사한 ACLU를 지지하는 상징인 파란 리본을 달고 등장한 것.

'러빙'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루스 네이가는 빨간 드레스에 파란 리본을 착용해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그들은 일종의 감시자로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해밀턴' 창작자이며 애니메이션 '모아나'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린 마누엘 미란다, 톱모델 칼리 클로스도 파란 리본을 달았고 젱킨스 감독 역시 파란 리본을 달 계획이었지만 이 리본을 잃어버렸다고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가 정치적인 발언의 장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78년 영국 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으며, 2003년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2009년 배우 숀 펜은 동성결혼을 격려했고, 2015년 배우 퍼트리샤 아켓은 할리우드의 남녀 임금 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지난해 기후변화 이슈를 언급했다.

특히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반이민 정책 등으로 비판을 사고 있는 상황이어서 역대 어느 시상식보다도 정치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재치 있는 풍자와 우회적인 비판 외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해 날선 공격을 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AP통신은 많은 수상자가 수상의 영광에 감격해 부모님과 감독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으며, 정치적인 발언은 집에 두고 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저녁 시간대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주지사 부부들을 초청해 무도회를 열었다.

시상식이 끝난 이후까지 트럼프의 트위터는 잠잠한 상태다.

다만 그는 시상식 전 트위터에 "망해가는 뉴욕타임스(NYT)가 망해가는 평판을 살리려고 처음으로 (나쁜) 광고를 낸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라"며 NYT의 아카데미 광고를 비판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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