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관세에 미국 공장 건설 늘어날 듯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막대한 세금을 매기면 미국에 공장을 짓는 중국 기업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몇 년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가속한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체들은 임금이 많이 오른 데다 땅값과 전기료도 상승해 과거 같은 저비용 대량생산이 어려워졌다. 이와 동시에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기업들은 성장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용을 늘리기 위해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그는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세금 부과를 공약으로 걸었으며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실질적으로 모든 수입품에 세금을 물리는 국경 조정세를 제안했다.
몇몇 기업은 중국 제품의 관세가 오른다고 해도 이미 준비가 잘 돼 있다.
중국 저장성에 있는 섬유업체 키어그룹의 자회사 키어아메리카는 5년간 2억2천만 달러를 투자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랭커스터에 있는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주산칭 키어그룹 회장은 "비용 이점이 분명하다"면서 랭커스터 카운티의 전기료가 항저우보다 최대 40% 싸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로디엄그룹의 이코노미스트 틸로 하네만은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새로운 생산시설에 대한 직접투자, 즉 '그린필드' 투자는 지난 5년간 급증했다고 말했다.
로디엄에 따르면 2000∼2016년 중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778건의 그린필드 투자로 86억 달러를 썼다. 지난해 그린필드 프로젝트는 34건, 14억 달러 규모였다.
미국에서 중국의 제조업 투자가 증가한 것은 낮은 비용과 무역장벽을 피할 수 있는 점, 미국 소비자들과의 근접성 덕분이라고 하네만은 말한다. 그는 "더 높은 관세와 이 밖의 다른 시장 접근 장벽으로 중국 제조업들이 미국 생산기지에 투자할 필요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인상 위협 속에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 성화보그룹의 캐롤라인 왕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수입품에 장벽을 높이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중국 기업들에는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면서 성화보가 미국에 공장을 연다면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고용을 최소화한 고도의 자동화 시설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마이클 크로티 MKT 회장은 중국산 제품에 45% 세금이 붙으면 커튼과 다른 제품을 베트남, 파키스탄, 인도에서 아웃소싱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팔리는 커튼의 90%는 중국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미국 생산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가격 경쟁력이 있는 커튼을 생산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갖춘 공급망을 구축하는데도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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