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7개월 만에 다시 방대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27일 열린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다. 우선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483km의 거제∼고흥 간 해안도로를 '국가 해안관광도로'로 개발하기로 했다. 또 케이블카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생활밀착형 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수제 맥주의 일반 마트 판매도 허용할 계획이다. 올해 3분기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차장의 유료 개방이 합법화되고,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충전과 운전자 휴식을 위한 복합휴게소 200곳이 2025년까지 개설된다.
이날 정부는 지금까지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자평했다. 유일호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총 42건의 프로젝트 과제 중 5건을 완료해 3조8천억 원의 투자와 2만2천 명의 고용 창출에 기여했다"면서 "나머지 과제들도 진행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또 제도 개선 과제 943건 중 스톡옵션 규제 완화, 연대보증 면제 대상 확대 등 644건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국내 벤처기업이 3만 개를 돌파한 것도 이런 규제 완화 정책의 결과라고 했다. 현 정부 들어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처음 열린 것은 출범 첫해인 2013년 5월이다. 그해 네 차례 열린 이 회의는 이듬해부터 작년까지 연 2회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이날 처음 열렸다.
정부의 자체 평가와 달리 기업투자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설비투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2.4% 줄었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고용 사정은 갈수록 악화돼 올해 1월 실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 산업은행의 작년 12월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올해 설비투자는 작년 대비 0.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호조를 보이던 건설투자도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투자 활성화 대책은 세부 과제 152건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건수가 많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벌써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비중이 큰 친환경차 충전소 확대, 케이블카 인허가 간소화 등이 과거 대책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이려면 경제의 불확실성부터 줄여야 한다. 이번처럼 포장만 요란한 대책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우기 쉽다. 건수가 많지 않더라도 하나하나 내실 있는 대책을 내놓고, 강력한 실행 의지를 보여야 기업들이 믿고 따라올 것이다. 결국 정책 당국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발표와 시장 움직임이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분명 호재인 듯한 정책인데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서는 악재로 받아들이는 식이다. 시장의 '불가측성'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신뢰의 토대가 허약하다면 밑바닥부터 다시 다져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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