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학무기협정 미가입 감안 '법위반' 대신 '규범위반' 택해
'암살 목적' 수사 진행중인 상황서 '테러' 낙인에 신중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공론화하면서 사건의 성격을 '주권침해'이자 '국제규범 위반'으로 잠정 규정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에 참석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취재진에게 "(암살에) 금지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며 "특히 군축회의 회원국인 북한이 다른 회원국인 말레이시아 영토 내에서 (범행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주권침해 행위이자 국제규범 위반 행위라는 점을 부각해 회원국들의 단호한 대응을 이끌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권침해'이자 '국제규범 위반'으로 사안을 1차 규정한 것은 말레이시아 경찰의 현재까지 수사결과에 입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사건에 북한 외교관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북한 정부 소행으로 볼 정황이 명확해진 점을 감안해 주권 침해를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영토 안에서 북한 공무원이 개입한 암살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 암살에 화학무기인 신경 작용제 VX가 사용됐지만 북한이 화학무기금지협정(CWC)의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는 '국제법 위반' 대신 '국제규범 위반'으로 일단 규정했다.
CWC를 태동시킨 군축회의(제네바군축회의)의 멤버인 북한이 역시 군축회의 회원국인 말레이시아 영토 안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만큼 국제 규범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었다.
군축회의는 협상기구이지 조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제규범 위반'이라는 지적에는 논리상 비약이 있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한 국제 규범을 상습적으로 무시해온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높이는 측면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성격 규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이번 VX 사용을 계기로 북한의 화학무기 기술, 생산과 비축 가능성 등이 우려되는 만큼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현 단계에서 김정남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테러로 간주하려면 정치적 목적 등을 이루려는 '의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인데 현재로선 사건 진상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한 입장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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