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측 "진퇴양난의 어려운 상황, 용기와 양심 필요"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채새롬 최평천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측 이동흡 변호사가 27일 탄핵심판 과정을 둘러싸고 극심하게 국론이 분열된 상황을 언급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사법적 판단을 내려달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2006∼2012년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그는 이날 최종변론에서 "이번 결론은 수십년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좌우할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탄핵소추가 인용될 때와 기각될 때를 상정해 얘기를 풀어갔다.
그는 "인용되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위임을 받은 정부가 임기 도중 급작스럽게 와해되는 정변의 양상을 띠게 된다"며 "안 그래도 시끄러울 대선 과정이 극심한 분열에 휩싸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상상하기 힘든 불상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반면 기각해 피청구인(대통령)에게 헌법 임기를 보장하면 탄핵 찬성 세력과 사람들이 분노해 길거리로 뛰어나올 수 있다"며 "'탄핵되면 내란이고 기각되면 혁명'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우습고 끔찍한 말이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진퇴 양난의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법조인의 용기와 양심이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사법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믿는다"고 끝맺음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둘러싸고 법적인 인정 여부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탄핵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변론을 시작하면서는 자신이 참여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여기 계신 재판관은 물론 소추인측 대리인 역시 이번 사건 진행과정에서 중압감과 역사적 소명의식, 과열된 여론의 압박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피청구인 대리인 역시 엄청난 심적 부담감과 고통을 겪어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 나서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강풍 부는 빙하기였고, 대통령 변호는 비난받을 일이 아닌데 현실은 사이버 테러, 신변 위협 걱정해 용기 없이는 나서기 어려운 공포 분위기가 압도했다"고 말했다.
헌재에 대해선 "무리할 정도로 급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하면서도 국가적 위기와 재판관 공석 등으로 인한 영향을 우려해 재판부가 신속한 심리를 결정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일정 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이런 사태가 초래된 근본적 원인이 대통령에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애초 사실의 진위가 정확히 확인 안 되고 과장 언론보도가 시민을 자극했고 분노한 시민이 촛불을 들면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촛불 민심에는 순수함도 있지만 특정 정치세력의 불순한 정략도 있다. 이성을 잃고 이뤄진 국회 탄핵소추 의결은 객관적 조사와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사실에 기초했다"고도 했다.
한편 그는 "최순실씨 등이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파면했다가 무죄가 나오면 헌재는 헌정 질서 파괴를 오히려 조장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탄핵제도는 법전 속에 존재할 때 더 효과적으로 헌법을 보장하며, 실제 활용되면 오히려 헌법체제를 위협하는 흉기로 변할 수 있다"고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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