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S&P, 韓경제·삼성전자 신뢰 불구 위험지적도
해외IB,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로 韓주식·채권 '악영향'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조민정 기자 = 최근 코스피가 2,100선을 뚫으며 박스권 상단 돌파 기대감을 높이는 등 낙관론을 실어주고 있지만, 비관론도 여전히 공존한다. 낙관론과 비관론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가 완전히 기울어지진 않는 모습이다.
한쪽에선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와 수출 증가, 튼튼한 기초여건 등으로 증시 랠리가 펼쳐져 세계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는 한국 증시가 박스권을 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소비 부진과 가계부채 급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탄핵과 대선정국 등에 따른 국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나친 자신감은 금물이라는 우려도 크다.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박홍식 본부장은 28일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이 과격하진 않을 것이고 세계 경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상승세를 타면 저평가된 한국 증시는 박스권을 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세나 환율조작국 지정 조치 등 본국 이익만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면 당연히 반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게 무리를 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무디스가 지난 21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로, 전망은 '안정적'으로 재확인했다. 높은 수준의 경제 회복력과 적정 수준의 정부 부채, 튼튼한 제도, 매우 낮은 수준의 외부 취약성 등을 등급 유지 이유로 꼽았다.
무디스와 함께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들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사태 때도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에 대해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S&P는 오히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탄탄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올해 우수한 영업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다음 달 14~15일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는 증시 랠리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3월 FOMC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코스피의 조정 흐름이 나타나지만 다음 달 중순 이후에는 랠리가 재개될 것"이라며 다음 달 코스피 변동 폭 상단을 2,180선으로 제시했다.
홍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3월 동결되고 이와 함께 한국의 수출지표 개선이 증시에 상승 에너지를 공급할 것으로 봤다. 이번 달 1~20일 기준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2% 늘었다.
그러나 불안 요인들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무디스는 전날 신용 전망보고서에서 "가계부채 급증으로 소득 감소와 금리 인상에 대한 취약성과 소비와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한국의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국가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경고했다.
당분간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압력과 환율 우려는 지속해서 제기될 수밖에 없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보여주는 과도한 자신감에 비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을 과소평가하긴 어렵다"며 "단기간에 크게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볼만한 근거는 약하지만 이제 경계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외국인 수급을 두고도 그리 낙관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추세적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며 "당분간 시장의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들의 순환매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노중 유화증권 투자분석팀장도 "다음 달에도 외국인들이 매수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 증시가 조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2,100선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망했다.
지난해 말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은 올해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주식, 채권, 통화가 유망할 것이라며 한국 주식이나 채권, 통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aka@yna.co.kr,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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