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학자 이응국 '야산 이달' 평전 펴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야산 이달: 난세의 사상가 야산 이달 주역으로 새 세상을 밝히다'(한길사)는 '주역(周易)의 대가'라 불린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 평전이다.
저자인 이응국 한국홍역문학원 대표는 이 책에서 야산의 삶을 충실히 따라가며 야산이 '주역'을 어떻게 독창적으로 해석했는지 살핀다.
야산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고난의 근현대사를 살며 새 세상을 꿈꾼 인물이다. 1889년 경북 김천의 퇴락한 잔반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전국 각지를 떠돌며 주역 공부에 매달렸다.
국운이 위태롭던 시절, 야산은 주역으로 난세의 흐름을 짚고 주역 이론에 근거해 선천(先天)·후천(後天)의 논리를 제시했다.
야산은 19세기 말·20세기 초는 우리나라가 고초를 겪는 시기이자 선천과 후천이 교차하는 변혁기라고 말한다. 당대의 혼란은 우주의 기운이 변하는 역동적인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천과 후천은 각각 '양'(陽)과 '음'(陰)을 상징하며, 후천은 '음'이 강조되니 하늘보다 땅이, 남자보다 여자가, 위에 있는 것보다는 아래에 있는 것이 더 중한 시기다.
주역을 분석한 야산은 1948년을 후천이 열리는 시대로 봤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정치적 사건 이상으로 평가했다.
야산은 모든 세상일을 주역의 관점에서 보고 주역에서 답을 구했다. 이런 태도는 자신을 '대자연 무저항주의자'라고 칭한 데서도 나타난다. 실제 야산은 이승만이나 김구의 합작 요구에 응하지 않고 정치 활동을 멀리했다. 선천과 후천의 역사는 이미 우주 차원의 큰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일 뿐 자신이 정치에 나선다 한들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에 틀어박혀 도만 닦은 것은 아니었다. 야산은 한국전쟁을 예견해 제자들을 안면도와 부여로 피난시키고 전쟁 통에 수많은 인명을 구했다. 또 광산업과 미두(米豆) 사업을 벌이는 등 뛰어난 경세가적 면모도 보였다.
이 책을 통해 거대한 우주의 흐름을 읽으려 한 이상주의자이자 사회적 공익을 위해 애쓴 실천주의자로서의 야산 등 그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야산의) 축지나 차력 등 신비스러운 행적은 되도록 줄이고 합리적 행동을 드러내려 했다"며 "야산의 후천 사상과 홍역학은 무엇인지, 모순과 갈등의 시대에 이상주의를 주창한 야산의 삶은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462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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