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외교, 김정남 암살 직격하며 대북인권압박 박차

입력 2017-02-27 23:00   수정 2017-02-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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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외교, 김정남 암살 직격하며 대북인권압박 박차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규범 기반 국제질서에 정면 도전"

KAL기 폭파사건 거론하며 美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기대 피력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정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대북 인권 압박의 수위를 한 단계 더 올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기조연설을 통해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공식 거론했다. 유엔을 무대로 김정남 사건을 처음 제기한 것이었다.

윤 장관은 "바로 2주전, 전 세계는 북한 지도자의 이복형이 말레이시아의 국제공항에서 잔인하게 암살된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말레이시아 당국은 쿠알라룸푸르 소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한 명과 북한 관용여권을 소지한 7명 등 8명의 북한인을 이번 암살사건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 피해자는 유엔이 대량파괴무기로 분류한 화학무기이자 화학무기금지협약 등 국제규범과 결의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된 VX 신경작용제로 살해당했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든 행위들은 북한이 당사국인 여러 국제인권규범의 심각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꼬집었다.

윤 장관은 또 "이제 북한 지도층을 포함한 인권침해자들에 대한 불처벌(impunity) 관행을 종식시켜야 할 시점"이라며 "국제사회는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의 권고와 같이 북한 사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함으로써 인권 침해 가해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북한 지도층에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앞서 3년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에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가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에 의해 인도에 반하는 죄(crimes against humanity)가 자행됐다"고 결론낸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3년 연속으로 다뤘고 특히 작년말 유엔 총회는 북한인권결의에서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지도층(leadership)의 책임'을 북한인권결의 사상 최초로 지적했다.

이런 흐름 속에 윤 장관은 때마침 주어진 유엔 인권 논의의 무대에서 김정남 사건을 소재로 김정은을 겨냥한 인권 압박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당초 외교부는 이 회의에 안총기 제2차관을 파견하려했다가 지난 24일 김정남 암살에 VX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자 장관 파견으로 급을 올렸다.

윤 장관의 이번 제네바 행보는 대북 제재와 북한 인권 문제제기, 외부세계 정보의 대북 유입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대북 압박 드라이브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작년 북한의 두차례 핵실험을 계기로 이 같은 포괄적 대북 압박의 전도사 역할에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같은 2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대북 제재 강화를 모색하는 만큼 우리 정부는 유럽과 미국에서 '쌍끌이'로 대북 압박 외교를 펴는 형국이다.

더불어 윤 장관은 연설에서 "북한은 과거에도 최소 16명의 대한민국 정부 각료 및 고위관료를 살해한 1983년 랑군 폭파 사건과 115명의 무고한 승객의 목숨을 앗아간 1987년 KAL기 폭파 사건과 같은 끔찍한 범죄를 여러 번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1987년 KAL기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북핵 협상의 진전 흐름 속에 2008년 지정을 해제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윤 장관의 발언에는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를 기대하는 메시지가 내포된 것으로 읽혔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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